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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매력은 연속성”
2001-02-15

디지털 삼인삼색, 존 아캄프라 인터뷰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를 언제 제안받았나. N비전 수상 때였나.

=그렇다. 그전부터 프로그래머들과 다시 전주에 올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올 생각이 있다고 하니까, 영화를 한 편 만들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좋다고 했다. 내 일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니까. 그 영화제 기간 동안 참 많은 얘길 했는데, 디지털 영화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영화만들기란 무엇인가 하는 토론으로 밤을 새우곤 했다. 그런 고민을 담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이트 워크>는 인종, 인권 등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룬 전작들에 비하면 매우 사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렇다. 이 영화는 훨씬 사적인 영화다. 나한테는 특별해보이는 어떤 집착에 대한 얘기고. 내가 그다지 흥미롭게 살지 못해서인지, 색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매력적이다. 게다가 예전의 내 영웅들 중 현재의 내 삶에까지 영웅이라 여길 만한 이가 거의 없다.

밤에 집착하는 한 남자를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 디지털 세계에서의 인간관계를 그리고 싶다고 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그 남자의 삶의 쾌락, 특히 밤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담을 생각이다. 예전에 ‘나이트 워크’는 사회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는 일을 의미했지만, 여기서는 말 그대로 밤에 하는 일이다. 디지털 장비에 둘러싸여 있다해도 일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는 낮 시간은 아날로그, 집에서 폰섹스, 인터넷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밤 시간은 디지털의 세계다. 그 두 세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영화다.

일찍부터 디지털 영화의 미학을 실험해온 만큼, 당신이 보는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디지털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기술 자체가 세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필름 작업은 광화학적인 과정이다. 영화학교에서 보통 교사들은 나가서 세상을 볼 도구를 준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 말의 배후에는 ‘세상’과 ‘도구’, 곧 기술이 다른 것이란 생각이 있다. 침대 위의 두 사람을 찍을 때 필름은 연속성이 없다. 카메라로 찍고, 편집기에서 편집한다. 디지털은 연속성이 있다. 그 순간 자체, 세상을 그대로 충실하게 찍을 수 있다. 세상은 1초에 24프레임으로 움직이지도 않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