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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지만 갖고 싶은 영화 속 발명품들
김나형 2005-10-15

애들 잡는 기계에서부터 초콜릿 전송기까지

영화 속 괴짜 과학자들은 평생 인정받지 못하다가도 불쑥 괴상한 기계를 발명하곤 한다. 그 뒤 생길 수 있는 일의 경우의 수는 3가지다. 떼돈을 벌거나, 인생을 종치거나, 애먼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인생은 오백오십 살부터>보다 더 인기있고, <무중력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쉰세 가지 일들>보다 더 잘 팔리며, <알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알게 된 섹스에 대한 모든 것>보다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역시 그런 발명품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갖고 싶기도 한 영화 속 발명품들. 어디 한번 구경해보실텨? 나도 과학자가 되겠다고 뒷북치시지만 않는다면 대환영이다.

애들이 줄었어요/ 전자자기축소기

이 영화는 하도 옛날 디즈니영화라(세상에 1990년의 영화닷!), 발명품의 작동 원리를 관객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은 애초에 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어떻게, 어떤 원리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기계는 물체를 줄이기도 하고 늘이기도 하는 것이다.-그렇다니까!- 처음엔 이 기계도 (다른 모든 발명품들이 그렇듯) 제대로 먹혀들지가 않아 축소시키는 게 아니라 폭파시키기 일쑤였는데, 얼떨결에 작동하여 그집 애들과 옆집 애들을 개미보다 더 작게 줄여놓는다. 덕분에 애들은 잔디 깎은 지 2천년은 된 듯한 집 정원에서, 강아지 오줌 강을 뛰어넘고 스프링쿨러 해일을 피해다니며 갖은 모험을 하게 된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된 계기가 ‘야구공이 레이저 구멍을 적절히 막아줘서’라니 화가 나지만, 고생 끝에 이웃끼리 친해졌다니 됐지 뭐. 끝이 좋으면 다 좋다잖아.

플라이/ 텔레포터

순간 물질 이동기계. 한쪽 텔레포터에 들어 있는 물질의 분자구조를 컴퓨터가 분석하여 다른 한쪽의 텔레포터로 전송한다. 두 덩이의 시커먼 알처럼 원시적인 디자인이지만 성능은 썩 괜찮은 편. 스타킹을 전송하면(코가 나가는 일 없이) 안전하게 전송된다. 처음엔 생명체 수송에 에러가 있어 관람객들은 튀김 원숭이와 강아지 묵사발 따위를 봐야 했으나, 나중에는 컴퓨터로 하여금 ‘Fresh’라는 개념을 인식케 함으로써 생명체 전송에 성공한다. 하지만 조심하자. 자칫 다른 생명체와 같이 전송기에 들어갔다간, 흰개미 인간, 모기 인간, 바퀴벌레 인간 같은 것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들어가기 전에 진공청소기라도 돌리고 들어갈 일이다. 근데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다. 사람 몸(속)에 있는 그 수많은 기생충, 대장균, 먼지 진드기 따위들과는 왜 섞이지 않는 거냐? 어째 그런 거냐!!

백 투 더 퓨처/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언 모터스의 DMC21은 영국 MTV 설문조사에서 가장 갖고 싶은 영화 속 자동차들 중 하나로 꼽혔다. 걸윙(Gull Wing) 도어에 스테인리스 합금 보디를 채용했고, 최고속도는 220km/h다. 물론 이 자동차가 인기를 끈 것은 코딱지만한 전면 윈도 때문이 아니라 <백 투 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가 장치한 시간이동장치 때문이다. 굉장한 기계지만 조작법은 심하게 간단하다. 가고 싶은 과거나 미래의 시간을 맞추고 시속 88km의 속도로 달려주면 끝. 보기엔 저래도 나름 전기 자동차인데, 시간여행에 1.21기가와트나 되는 전력이 필요하여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나-테러단체에게서 플루토늄을 훔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예비 플루토늄을 준비해주는 센스가 없으면 영영 과거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단 말씀- 영화 말미에는 쓰레기를 연료로 전력을 얻을 수 있게 보완되었다. 최초의 탑승객은 브라운 박사의 개 아인슈타인이다.

고스트버스터즈/ 유령 잡는 전자총과 트랩

미친 듯이 울리는 전화벨에, 소방서용 뺑뺑이 봉을 타고 날렵하게(과연 -_-) 내려오는 모습. 유령을 잡으러 간다기보다 농약이라도 살포하러 가는 듯한 차림이지만, 그 문제의 호스와 등에 멘 철가방이 그들 인생 대역전의 무기다. 만날 시시콜콜한 일로 말다툼을 해대는 이 아저씨 3인방도 알고보면 초심령학 박사들이란 말이지. 전자물리학을 어찌저찌 이용해서 유령을 탐지하고 포획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인데(때 아닌 말이지만, 이콘이 동그란 안경을 번쩍일 때는 어린 마음에 가슴 꽤나 설렜다), 양자총을 쏴 유령을 묶어놓고 기타용 꾹꾹이처럼 생긴 페달을 열심히 밟아주면 트랩이 열리면서 유령이 쏙 빨려들어간다. 정전을 조심해야 한다. 유령창고에 전기가 끊기면 속절없으니까. 급박한 상황에서는 만화에서처럼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수동으로라도 꼭 전기를 공급하자.

빅/ 졸타 기계

놀이공원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 기계는 소원을 들어준다. 누가 발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리장 안에, 코와 턱이 뽀족한 마법사인형이 들어있는 것이 이 기계의 대략적인 생김새. 돈을 넣으면 무섭게 생긴 졸타가 입을 뻐끔거리기 시작한다. 동전이 졸타의 입 속에 잘 들어가면 빙고! 적절한 타이밍에 소원을 빌면 된다. 드라마 <봄날>에서 조인성이 말을 더듬으며 외쳐대던 ‘조, 조, 졸타 기계’도 바로 이 물건을 지칭한다. <빅>의 주인공 조쉬가 빈 소원은 ‘어른이 되게 해주세요’인데, 어릴 때는 왜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모를 일이다. 나나 당신이 지금 소원을 빈다면 주식 대박나게 해달라거나, 멋진 홈바와 욕실이 구비된 집을 달라거나, 촉촉하던 옛 피부를 되돌려달라거나 등등의 소원을 빌지 않았을지.

플러버/ 플러버

‘날아다니는 고무(fly rubber)’라는 뜻으로 ‘플러버’라 명명된 이 물질은, 가열과 냉각을 빠르게 반복하여 만들어진 전도중합체가 뭐 어쩌고 저쩌고 하여 생긴, 준안정체 어쩌고란다. 처음 본 사람들은 푸딩이라느니, 헤어젤이라느니, 푸르죽죽한 엿 같은 것이라느니 하며 실례가 되는 표현을 할 수도 있을 것인데, 이놈은 간지럼도 잘 타고 강아지 모양 풍선으로 둔갑도 하고, 음악을 틀어주면 자기들끼리 춤도 추는 이상한 녀석이므로 플러버가 듣는 데서 그런 소리는 삼가기 바란다(쟈도 인격이 있단 말이다). 통통거리며 부지런하게 튀어다녀서 고양이 장난감으로도 그만. 감마선으로 플러버 내부의 흐름을 조절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 수도 있다. 신기하긴 하지만 세상사에 찌든 어른의 눈에는 영 현실성이 없어서,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물에 넣으면 불어나는 고무 찐득이가 차라리 그리워질 수도 있다.

A.I./ 사람 마음을 가진 로봇

유모로봇에서 섹스용 로봇까지, 겉보기에 사람과 다를게 없는 온갖 종류의 로봇이 나온 세상. 이쯤 되면 과학자들이 욕심낼 것은 (일본만화 어투로) 궁극의 로봇, 즉 사람처럼 감정을 가진 로봇이 될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는 그 1호로 세상에 나온 존재. 하지만 뭐냐. 아들로 키우겠다고 입양한 가족은 친아들이 살아나자 대뜸 버린다. 사람이 되어 엄마에게 사랑받겠다고 서럽고 눈물겨운 고행길에 올라 ‘세상의 끝’이란 곳에 찾아갔더니 ‘내가 네 애비’라는 작자가 나타났는데…. 앞에서는 대략 ‘너는 굉장히 특별한 아이’라는 요지의 말을 하면서, 뒤로는 ‘야호, 이제 얘들 팔아 돈 벌어야지’라며 엄청난 수의 데이비드를 만들어놨으니… 원 참,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그의 할아버지뻘로는 <블레이드 러너>의 로이가 있고, 고종사촌쯤 되기로는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류, 이종사촌뻘로는 <아이, 로봇>의 써니가 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텔레비전 수상기로 초콜릿 전송하는 기계

쫙쫙 씹어주면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질적으로 양적으로) 식사가 되는 껌이라거나, 상하좌우 심지어 궤도 밖으로까지 날아다니는 엘리베이터라거나, 다람쥐 노동력을 착취한 호두까기 시스템이라거나… 윌리 웡커의 초콜릿 공장에는 온갖 희한한 발명품들이 다 있지만, 역시 가장 신기한 것은 TV수상기 속으로 초콜릿을 전송하는 장치다. 이 발명품이 신기한 이유는 (아직까지 어떤 과학자도 만들지 못한 기계를) 분자구조고 에너지 변환이고 모두 무시한 막무가내 상태로 발명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TV로 방송될 땐 실물 크기보다 작아지기 때문에, TV로 전송된 초콜릿이 정상적인 크기가 되려면 애초에 엄청 커다란 초콜릿을 전송해야 한다. 낭비가 장난 아니신 것이 단점. 하지만 판매자가 개의치 않는다면 뭐 걱정일까. 어서어서 우리에게도 저런 기계를 만들어달라!

그림 헌즈·이 기사는 씨네21과 CGV가 만드는 영화잡지 제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