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월드>(Real World)
생면부지의 젊은이들이 일정한 공간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다. 어디서 본 듯하다고? 이제 MTV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잡은 <리얼 월드>는 92년부터 이렇한 아이디어로 방송을 해왔다. 이 프로가 인기를 얻은 것은 젊은이들의 문제를 극단화해 자극적으로 보여줬다는 점 때문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친구를 얻고 배신을 하는 `일상사`외에도 게이의 결혼이나 임신중절, 죽음을 앞둔 에이즈 환자, 알코올중독자 등의 이야기를 다루며 이 프로그램은 결국 `리얼 소프 오페라`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미국의 <서바이버>에서 프랑스의 <로프트 스토리>를 거쳐 한국의 <러브투어>에 이르기까지 `리얼`프로그램은 모두 <리얼 월드>에 큰 빚을 지고 있다.
`Total Request Live`라는 원제처럼 톱스타의 뮤직비디오를 실시간으로 신청받아 방송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MTV 채널에서 가장 인기있는 뮤직비디오를 매일 한 시간 반씩 틀어준다는 점은 단연 이 프로그램의 독보적인 부분. <TRL>의 진짜 매력은 당대 가장 인기있는 아티스트를 스튜디오로 불러내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을 하고, 가끔은 엽기적인 행각을 저지르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볼썽사납지는 않다. 제작진의 노하우 덕인지 스타와 광란하는 팬의 모습은 차라리 자연스럽고 신선한 맛이 있다. 특히 리키 마틴이나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주말이면 MTV 스튜디오가 있는 타임스퀘어는 미어터질 지경이 된다.
<스타들의 데스메치>(Celebrity Deathmatch)
스타와 닮은 클레이 인형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스타 역시 꼭 음악계 스타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영화배우들은 당연히 단골손님이고 새미 소사 같은 스포츠 스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클린턴이나 부시, 고어 같은 유명 정치인 또한 기꺼이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등장해 벌이는 `짓`이다. 그들은 정말이지 목숨을 걸고 링에서 한판 승부를 겨룬다. 꼭 링이 아니어도 좋다. 고어는 부시를 혼내주기 위해,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얄미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뺨을 갈기기 위해 온갖 장비와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의 라이벌을 강타한다. 스타들이 자신을 희화화했다고 방송사를 제소하거나 하는 `촌스런` 일은 물론 벌이지 않는다.
한국사람만 마이크 잡고 노래부르기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꿋꿋하게 열창한 카메론 디아즈에게서 이단옆차기 공격을 받기 쉽상이다.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이 한국지역 케이블 TV에서나 볼 수 있는 가요지망생 아줌마들의 경연장은 아니다. <...가라오케>는 가창력과는 별 관계없는 프로그램이다. 오히려 립싱크 경연장이라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똑같이 옷을 맞춰입고 나와 똑같은 율동으로 노래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이 동원되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울 때도 있다고 한다. TV화면에 노래방처럼 가사가 보이기 때문에 노래를 따라부르는 시청자 숫자도 상당할 것이다.
<비디오 뮤직 어워드>(MTV Video Music Award)
뮤직비디오에 상을 준다는 생각은, 이 상이 처음 시작된 1984년 당시만 해도 MTV 이외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해 발표된 뮤직비디오 중 기술적, 예술적 성취도가 가장 놓은 뮤직비디오를 평가하는 VMA는 현재 음악계에서 무시하지 못할 권위를 발휘하고 있다. 갈수록 10대가 좋아하는 가수에게 상이 돌아가는 경향이 강화되긴 하지만, 최고의 상인 `올해 최우수 비디오상` 수상자가 다이어 스트레이츠(, 1986), 피터 가브리엘(<Sledge Hammer>, 1987), 시네드 오코너(<Nothing Compares To U>, 1990), R.E.M(<Losing My Religion>, 1991), 스매싱 펌킨스(<Tonight, Tonight>, 1996), 자미로 콰이(<Virtual Insanity>, 1997) 등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권위는 녹슬지 않은 느낌이다. 최근에는 각 지역 네트어크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로컬 가수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다리아>(Daria)
성의없이 만든 헤어스타일에, 별 빛날 것도 없는 차가운 눈동자, 거기에 뿔테안경까지 쓴 여자애가 과연 남자들의 인기를 끌 수 있을까. 다리아 몰겐도퍼라는 이 냉소의 달인은 애니메이션 세계 너머 현실에서 상당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다리아는 세상의 모든것, 특히 10대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스타에 대한 경배심, 온갖 중독성 물질에 대한 탐닉, 돈, 폭력, 미모 등으로 구성되는 권력관계 등을 초월한 존재같이 보인다. 그녀가 이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두는 방식은 다 하찮아보이고 아이들 하는 짓 같다며 이들을 경멸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조숙하고 냉소공주인 다리아의 매력은 자기만 예쁘다고 설치는 동생 퀸과 대비돼 더욱 빛이 난다.
<무비 어워드>(MTV Movie Award)
VMA가 수상작 선정에서 나름의 권위를 중요시한다면 <무비 어워드>는 그 대척점에 서 있다. 수상작을 시청자, 네티즌의 투표로 선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인 탓에 대중적이면서도 젊은 감각이 두드러진 영화가 주목받지만 상의 무게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스타들이 시상식장에서 녿암을 주고받는 모습은 아카데미상의 다소 경직된 긴장감에 비하면 부담없는 파티를 연상케 한다. 게다가 최고의 액션 시퀀스사으 최고의 악당상, 최고의 키스상 등 오락적인 요소를 강조해 `재미있는 영화제`로 자리를 확고히 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청춘영화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가 최고의 키스상과 신인남자 배우상을 받아 이 상의 취행을 분명히 보여줬다.
<비비스와 버트헤드>(Bravis and Butthead)
뇌를 어머니 뱃속에 두고 세상으로 나온 듯한 이 두 젊은이의 좌충우돌은 MTV의 `쿨`한 전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고 싶은 것이라곤 여자의 알몸을 보고 섹스하는 것이고 시종 음흉하게 킥킥거리며 아무 데나 침을 뱉고, 똥을 싸는, 정말이지 귀여운 구석이라곤 파리의 다리털만큼도 없는 이들의 생활이 공개됐을 때 어른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청춘에게 이들의 엽기행각은 묘한 일탈심을 자극했고, 마친내 이들은 영웅으로 떠올랐다. 국내에 소개된 <비비스와 버트헤드>에서도 이들의 `무뇌성`은 여실히 증명됐다. <이지 라이더>의 데니스 호퍼를 닮은 자신의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60년대적 `청년문화`의 자장에 놓여 있지 않음을 주장하는 것같이 보였다. 대신 마이크 저지의 이 창조물들은 90년대 초중반 `루저(loser)문화`를 이끈 대표적 아이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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