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해동안 씨네21이 발로 뛰어 다닌 비디오숍이 꽤 된다. 골목의 비디오숍이 사라져 다리품을 곱절로 팔아도 입맛에 맞는 비디오를 만나기 힘들 때, `씨네21 선정 우수비디오숍'이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수비디오숍 콘테스트에 참여할 기회를 놓친 `우리 동네 비디오숍'도 적지는 않을 터. 숍 실사과정에서 익힌 좋은 비디오숍을 찾는 몇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하나. 보유편수, 진열장을 세어보라.
대개의 비디오숍은 2중장을 쓴다. 안쪽 붙박이는 24편씩 9층, 바깥쪽 슬라이딩 장은 18개씩 8층이다. 편의상 안쪽 붙박이장 하나에 220편, 바깥쪽 슬라이딩 장 하나에 150편으로 보고 진열장 수를 세면 벽면에 진열된 편수를 감잡을 수 있다. 숍 중앙에도 진열장이 있다. 대개 앞뒷면에 24개씩 5층이므로 240편이 된다. 이런 진열장이 몇개인지 세어본 뒤 합산한다. 지역차가 있으나 총 1만장 정도면 상위권에 든다.
둘. 다양성, 특선 코너를 보라.
특선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특별 요리를 정의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알아볼 수는 있다. 영화사 책에 나오고 큰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고정관객이 형성된 상당수의 영화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참조할 만한 특선 리스트도 나와 있고 (으뜸과 버금 2800선 등으로) 특선 비디오는 대여료도 더 받는다. 이런 비디오가 2천편 정도 되면 ‘나의 시네마테크’로 정해도 좋다. 특선도 몇편인지 같은 방식으로 세어보라.
셋. 진열방식,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빨/노/초 분리 진열
대개의 숍 내부는 성인용과 그 이하 관람등급으로 분리되어 있다. 관람등급이 다르면 한 감독의 영화를 한칸에 진열할 수 없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면 이벤트 코너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숍주도 열심히 공부해야 새로운 이벤트를 할 수 있다.
넷. 검색 기능, 주성치가 나온 작품 다 찾을 수 있나요?
대개의 비디오숍이 테이프를 받아서 전산처리를 할 때 제목과 출시회사 관람등급을 넣는 데 그친다. 감독이나 배우 이름을 꼼꼼히 챙겨둬야 안내하기도 쉽고 이벤트 하기도 쉬워진다.
다섯. 휴먼터치, 그것을 알려 달라!
숍도 좁고 데이터도 미비한데 주인장은 없고 아르바이트도 갈 때마다 새롭다. 이거 최악이다. 없는 것 같은데요… 라는 말은 딴 데 가서 알아보라는 말이다. 긴 기간 비디오숍을 전담한 운영자가 있다면 다른 숍에서라도 구해주거나 유사한 비디오를 권할 수도 있다. 숍에서 원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성실성을 첫째로 친다. 유능한지는 그 다음 문제다. 직원을 쓰면 낫겠지만 인건비가 무섭다. 주인장 아니면 직원이 전담하는 숍을 찾아라.
늦은 감이 있지만 2001 우수비디오숍이 하나 더 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우수비디오숍 콘테스트 신청을 팩스로도 받다보니 팩스기의 오작동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심사에서 누락된 숍이 있어 심사에 포함시켰다. 으뜸과 버금 화정역점(대표 김형일 031-966-6449)이 그 경우. 실사해본 결과 매장이 24평, 총 소장 비디오 편수가 6700여편, ‘비치해두면 좋을’, 주목할만한 비디오 150편 중 143편을 갖추고 있었다. 휴먼터치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 우수비디오숍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2001 우수비디오숍은 총 22개 숍이 되었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