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에 해당하는 기구로,연간 4천억원가량의 예산으로 제작, 배급, 극장, 영화사업 및 단체 등에
다양한 지원을 행하고 있다. 프랑스영화제와 함께 열린 한불영상세미나 참석차 내한한 CNC의 부국장 마크 니콜라를 만났다.
+ CNC의 지원은 산업적인 측면과 문화적인 측면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하나.
프랑스 영화정책의 오랜 원칙은 영화는 하나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상업성이 강한 영화와 문화적인 수용을 고려한 예술영화로 나눠서는 곤란하다.
문제 접근방식부터 그걸 분리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건강한 영화시장이 형성되려면 많은 관객이 필요함과 동시에 다양한 작가군이 존재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조화의 결과는 균일하지 않은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영원한 흥행감독도, 영원한 작가도 없다.
프랑스의 경우, 감독들은 장기적으로 그 과정을 밟아가는 것 같다.
+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국영화에 대한 관심이나 호응이 커졌다. 프랑스나 한국은 특히 그렇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누군가는 우연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의견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건 꾸준한 재투자의 결과다. 프랑스의 예를 들면,
관객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고 또 소화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코미디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소개된 <소외> <거짓말을 한다면 진실2>의 경우, 500만명 이상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흥행작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프랑스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 프랑스만 놓고 봤을 때 그 이유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첫째는 재능있는 영화감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것이고, 이들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영화야말로 다양한
관객, 즉 많은 관객을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한쪽에 치우친다면, 곧바로 영화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소구층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산업성장의 밑거름이다. 한국은 어떤가. <쉬리>부터 시작한 한국영화 부흥 역시 새로운 장르 개척과 관련있지 않은가. 할리우드가 뛰어난
점 역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프랑스에서 자국영화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나 기점이 있나.
프랑스 대혁명은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 (웃음) 그동안 35% 안팎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해왔고, 그게 쌓여 지난 6개월 동안 50%를 넘은
것이다. 좀더 따지면 약 5년 전부터 극장 관객 수가 늘기 시작했고, 멀티플렉스의 등장 등 외부적인 환경변화와 맞물리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 프랑스에서는 방송사가 방영하는 영화 중 60%는 유럽영화이고, 이중 40%는 불어로 촬영된 영화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쿼터가
어떤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나.
그게 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정책의 핵심은 전 국민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 제작중인 영화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극장지원, 해외배급, 어린이를 위한 영화제작, 학교 교육프로그램 계발 등과 맞닿아 있다. 그래야만 문화적 요소가 싹틀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영화뿐 아니라 문학, 음악, 미술 등 전 분야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점이다. 새로운 영화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의 자극없이는 발전이란
생각할 수 없다.
+ 프랑스영화계가 좀더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일단 지금의 수준보다 더 퀄리티가 높은 영화들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지원의 규모 역시 좀더 커져야 한다. 시나리오 개발이나 멀티플렉스가
아닌 개성적인 극장 운영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등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이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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