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29일에 열린 제1회 서울프랑스영화제에 8년 만의 신작 <죽음의 전이>를 들고 찾아온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은 <디바>
<베티블루> 등으로 국내에서 많은 팬을 갖고 있다. <디바>로부터 20년이 흘렀지만 “이미지 실험은 계속된다”는 그의
이야기.
+ 오랫동안 영화계를 떠나 있었다. 무엇을 했나.
사람이 50살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양반 역시 언제 겪을지 모르겠지만 그때쯤 되면 조심해라. 나는 8년이라는공백기 동안 어머니를 잃기도 했다. 매우 힘들었다. 나는 영화에만 인생을 걸지 않았다. 그림도 그렸고, 음악도 좋아하고, 합기도도 배우고,
배의 선장 노릇도 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영화에 담아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감각이 사라져 공백기에 들어가게 됐다. 나는 8년이라는 공백기
동안 영감, 성숙도가 떨어졌다고 본다. 흔히들 영감을 얻고 일한다고 하는데 반대로 일하는 데서 영감이 나온다는 것을 8년의 공백에서 느꼈다.
무척 단순한 이론이지만 나는 이것을 깨닫는 데 8년이나 걸렸다.
+ 올 상반기 프랑스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었다.
위안이 되는 일이다. 현재 할리우드영화는 위기를 맞고 있다. 마치 70년대 자동차시장이 포화됐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미국영화가 더이상 전세계
관객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세계에 영화를 팔려다보니 각 사회에 적용되지 않는 영화를 만들게 마련이고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 싫어하게
됐다. 다행히도 프랑스관객이나 한국관객이나 일본관객이나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영화들이 제작될 것이다.
+ 일하며 영감이 떠오르는 방법을 익혔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는 어떻게 시작해 어떻게 진행됐는지.
난 대학에서 3년간 의학을 전공했다. 당시 정신분석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쉬는 8년 동안 <에이리언4> <어벤저>
등을 만들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거절했고 대신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다 장 피에르 가디뇽의 <죽음의 전이>라는 소설을 발견했고 영감을
얻었다.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살인을 하고나서 시체를 사라지게 하면 죄를 안 지은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시체를 없애는데, 이러한 살인을 비단 개인생활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징후로 그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신분석학적인
면인데, 인간의 원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것을 숨기고 사라지게 하려는 욕구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매우 코미디적이
된다. 나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정신분석학자를 최대한 희화화하려 노력했다.
+ 평론가의 반응은.
나는 20년 전부터 평론가들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 <디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정말 최악이었다. 광고 같다느니 등등 매우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대중은 <디바>가 어떤 영화인지 알아차렸고 외면하지 않았다. 미국 관객이 특히 그랬다.
프랑스 일부 비평가는 아직도 나에 대한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들은 <디바>에서 나타났던 새로운 강렬함 이런 것들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번번이 내게 복수하려 들고, 물론 나도 가만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격렬한 격투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죽음의
전이>가 나왔을 때는 프랑스평론가들이 코미디영화를 거부했다. 평론을 보면 단지 스릴러물이라 평했다. 하지만 이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문석 기자
▶ 프랑스영화
대약진
▶ 인터뷰
- 감독 장 자크 베넥스
▶ 인터뷰
- 감독 제라크 코르비오 & 배우 보리스 테랄
▶ 인터뷰
- CNC 부국장 마크 니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