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7일 오후 KBS 본관 4층의 녹음스튜디오는 유난히 들뜬 분위기였다. 거의 2년 만에 다시 스튜디오에 뭉친 <X파일>의 성우들은 동창회에서 오래된 친구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양 반가운 인사를 서로 나누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긴장된 모습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은 바로 주인공 폭스 멀더 역의 이규화, 데이너 스컬리 역의 서혜정씨였다. 지난 94년 10월 첫 에피소드를 방송한 이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이 FBI 특수요원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그들이기에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었다.
“너무 오랜만이다. 브라운관에서 듀코브니를 보니까 오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다. 정말 가슴이 설렌다”는 이규화씨에게나 “한 2년쯤 쉬다보니 그동안 허전했다. 오늘 이 녹음실에 들어오니까 이제야 내 자리에 되돌아온 느낌이다”는 서혜정씨에게나 <X파일>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둘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팬클럽까지 ‘거느리게’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또 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를 이용한 CF에 출연한 것이나 EBS <시네마천국>에서 함께 영화를 소개하게 된 것 또한 이 시리즈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하지만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X파일>로 사귀게 된 ‘친구’들. “초창기부터 이 프로그램엔 마니아들이 많았다. 그중 친하게 지내게 된 일부는 매주 녹음스튜디오에 찾아왔고, 미국에서 이 프로그램 관련 뉴스가 생길 때마다 ‘8번째 시즌에 듀코브니가 드디어 나와요’ 등의 메시지를 휴대폰에 쏴주기도 한다”는 것이 이규화씨의 이야기. 하도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에 빠져 있다보니 이들은 멀더와 스컬리를 자신의 분신으로 느끼기도 한다. 서씨는 실제로 부친이 사망한 다음주 녹화분에서 스컬리가 아버지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기했으니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 이씨의 경우는 좀 특이한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X파일>이 방송되던 월요일 밤이면 내가 집에 없는데도, 아내는 TV를 보면 내가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네요.”
이날 7번째 시즌의 첫 에피소드 의 녹음을 마친 뒤 서혜정씨는 “이번 시즌에는 스컬리의 비중이 크다니까 열심히 해봐야죠”라고 말하며 다음 녹음장을 향했고, 이규화씨는 “얼마만에 만났는데 그냥 가려고… 삼겹살에 쏘주 한잔 해야지”라며 담당 서원석 PD의 팔뚝을 붙잡았다. 글 문석 기자 ssoony@hani.co.kr사진 정진환 기자 jungjh@hani.co.kr ▶ 시즌
7 <X파일>을 열다
▶ <X파일>의
목소리 주인공 이규화 & 서혜정
▶ <X파일>
시즌 7 에피소드 가이드
▶ <X파일>
시즌 7의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