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구에 회자되는 몇 가지 현상들을 각 단어별로 집약하면 사실 그 가짓수가 몇개를 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있다면,
바로 ‘디지털’이다. 모 CF에서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뭐? 돼지털?”이라고 젊은이에게 되묻는 장면이 삽입될 만큼, 이제는 디지털은 세상을 움직이는 하나의 필수요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온 디지털은 무엇일까? 아마도 DVD
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DVD 라면, "Digital
Video Disc" 혹은 "Digital
Versatile Disc" 의 약자라는 정도는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고, 기존의 VCR
보다 화질은 물론 음질까지 엄청나게 좋다는 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수명도 반영구적이라 많은 사람들이 소장용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고, 더 나아가 홈 시어터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더없이 좋은 매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DVD
를 구입하려고 하면 막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5.1 채널, DTS,
서브 우퍼, 아나모픽 등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나둘씩 그 궁금증을 풀어가다보면, 어째 더 잘 알기는커녕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대체 DVD
가 뭔데? 라는 간단한 질문이 다시 시작되게 마련이고, 그에 대한 쉬운 답변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DVD , CD 와
어떻게 다른가
차세대 디지털 영상 디스크라고 약간은 거창하게 포장되어 불리는 DVD
는, 1996년에 규격에 대한 분쟁의 조정 단계를 거쳐 상품화가 진행되면서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초기의 DVD
규격을 둘러싼 분쟁이란, 소니와 필립스가 제안한 규격과 도시바와 타임워너를 비롯한 6개의 영상미디어 업체가 제안한 규격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였던 일을 말한다. 결국 그 분쟁은 양쪽 면에 기록이 가능하며, 270분까지 영화를 재생할 수 있는 통일규격을 만들면서 끝이 났던 것이다.
그 통일규격에 입각해 영화업계와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새로운 매체가 바로 DVD
였던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DVD 는 CD 와 똑같이 생겼지만 기존의 CD 플레이어나 비디오CD 플레이어에서는 절대 재생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 이유는
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DVD 와 CD 의 제작방식 차이 때문이다. DVD 는 디스크상에 정보가 저장되는 간격을 CD 의 절반 정도로
좁혀, 더욱 많은 정보를 수록하는 원리를 채용하고 있는 것. 또한 CD 는 하나의 판으로 이루어진 데 반해 DVD 는 2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앞면과
뒷면을 각각 독립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문제는 두 매체가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 때문에 DVD 보급이 상당히 진전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이 DVD 와 CD 를 헷갈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DVD 케이스가 CD 케이스의 사이즈에서 세로 방향으로 약
50% 정도 길쭉하게 만든 아이디어는, 바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이었다.
어떤 점이 마니아를 즐겁게 하는가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는 사실 뭐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기술적인 부분이야 어찌되었건 DVD
가 얼마나 기존 매체보다 영화를 재생하는 데 우수한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DVD
의 가장 돋보이는 장점은 단연 고품질의 화질이라고 할 수 있다. 눈으로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는 이 우수한 화질은, 일반 VCR 의 두배에 가까운
선명도를 가질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질에 최대한 손상이 가지 않도록 압축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점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뛰어난 화질과 더불어 DVD
가 가진 음질 역시 큰 장점 중 하나다. 기존의 VCR 로는 스테레오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반해 DVD
는 6개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입체음향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완벽한 입체음향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다소 복잡한 AV 에 대한
지식과 몇몇 부가장치들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보통 TV 로도 입체음향을 무리없이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 DVD
플레이어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마니아들을 즐겁게 하는 화면비율상의 장점이 있다. 극장의 화면비율은 길쭉한 직사각형이지만 우리가 시청하는 일반적인 TV 의
화면비율은 훨씬 통통한 직사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TV 화면을 위해서는 영화의 일부분이 잘려나갈 수밖에
없는 것. 예를 들어 공포영화를 보는데, 살인마가 숨어있는 왼쪽 화면이 잘려 안 보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DVD 플레이어는
영화의 화면을 촘촘하게 녹화한 뒤 재생해서 볼 때 이를 다시 복원해주는 기법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명한 화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래의 화면비율
그대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다. 더불어 일종의 특별부록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나 배우와의 인터뷰 등의 추가정보들도 무한한
재미를 선사해줄 수 있는 DVD 의 특성으로 사랑받고 있다.
‘코드 프리’, 전세계적으로 성행중
그런데 이 정도로 DVD 플레이어를
구입해 영화를 감상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간단한 VCR 도 우리나라, 일본, 미국 등에서 만들어진 경우, 유럽에서
제작된 테이프를 넣으면 화면재생이 전혀 안 될 정도니 DVD
는 더할 나위가 없다는 것쯤은 기본적으로 눈치를 채야만 하는 것이다. DVD
를 구입하는 데 꼭 알고 있어야 하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지역코드라는 것이다. 지역코드는 쉽게 이야기해서 미국이나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DVD 를 국내에서 산 DVD
플레이어에서 틀어볼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DVD
의 표준을 만들어낸 가전업계와 영화업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암호 같은 것이다. 그 기저에는 한 지역에서 이미
출시된 DVD 타이틀이 아직 개봉이
안 된 다른 지역의 영화 흥행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물론 그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지역코드는 소비자들에게는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코드 1번인 미국이나 지역코드 2번인 일본에서 산 DVD
를 원칙적으로 못 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지역에 상관없이 재생가능한 0번 지역코드와 ‘코드 프리’라는 용어가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DVD 플레이어의 지역번호를
0번으로 풀어놓는 행위를 뜻하는 코드 프리는, 비록 ‘편법’이기는 하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성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DVD 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을까 한다. 어쨌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DVD
플레이어가 다양화되는 것은 물론 타이틀이 출시되는 양도 많아졌고 질적으로도 흥행과 조금은 무관한 소위 예술영화까지 고르게 나오고 있다는 점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또한 DVD
를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를 해서 빌려보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중이라 사실도 더 많은 DVD
인구가 생겨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게 만든다.
김소연/ 미디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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