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영화노동자들은 지금 - 미국
미국영화들은 왜 비쌀까. 웅장한 세트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최첨단 사운드 등 우리가 할리우드영화에서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를생각한다면 이런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요소가 없는 아주 평범한 소규모 영화라고 하더라도 수백만달러
이하의 영화는 거의 보기 힘들다. 근본적으로 할리우드영화가 비싼 이유는 영화제작에 소요되는 인건비가 비싼 탓이다. 영화제작에 필요한 시간들을
세분화해놓고 체계적으로 마련된 시간별 임금이 적용되는 이곳에서는 스탭의 노동시간이 곧바로 돈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스탭들의 노동조건은 기본적으로 스탭별 조합이 마련한 규약들에 근거를 둔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를 보인다. 최근 재계약기간을 맞아 파업의
위기까지 몰고간 배우조합(SAG)과 작가조합(WGA)을 비롯, 감독과 조연출, 유닛프로덕션 매니저들을 위한 감독조합(DGA) 등이 강력한 파워를
가진 대표적 조합이다. 이 밖에 나머지 영화스탭들은 미국 영화 및 연극기술, 예술가연합(IATSE)의 300여개 분과에 모두 속해 있다.
조합들의 중요한 역할은 제작자들과 최저임금에 대한 기본협약을 마련하는 것. 최저임금은 자기가 속한 파트의 포지션, 촬영장소, 영화예산 규모,
노동시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하루 최저임금과 주급(주당 5일 기준) 최저임금을 나눈다. 이 밖에 시간외수당에 대한 지급도 포함된다. 각종
조합의 최저임금은 6개월 정도의 시간단위에 따라 인상된다. 기본협약의 내용은 어떤 상황, 어떤 스탭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아주 자세하게 마련된다.
영화와 TV를 포함한 각종 스탭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책자는 1천쪽에 이를 정도다.
예를 들어 배우조합의 경우 주요 배우, 스턴트, 엑스트라, 특수배우 등의 최저일급과 주급이 계약단위 및 배우 수준에 따라 정해져 있으며 저예산영화일
경우 50만달러 이하, 200만달러 이하, 275만달러 이하 등으로 차별을 두어 여기에서 30% 정도 절감된 최소임금이 정해져 있다. 작가조합의
경우는 트리트먼트, 오리지널 시나리오, 비오리지널 시나리오, 오리지널 스토리, 제1고, 제2고 및 리라이팅(rewriting)과 윤색의 단계별
최저임금이 총예산 규모 250만달러를 기준으로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배우와 작가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들은 여기에 동부와 서부 등으로
나뉜 지역별 최저임금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한 영화가 제작될 경우 이들 조합에 소속된 인원을 쓸 때는 조합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며, 조합이 제시한 이같은 최저임금을 바탕으로 스탭의 숙련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등급의 임금에 계약하게 된다. 각 부서 헤드의 임금이 정해지면 그 아랫단계의 스탭으로 내려가면서 각각 20∼30% 정도
적은 임금을 받게 된다. 영화 편집기사의 최저임금이 주당 2167달러인 데 비해 어시스턴트 에디터는 1261달러라는 식이다. 각 파트의 헤드들은
표준화된 정식계약서에 계약하며 조수들은 대부분 ‘딜 메모’(간이계약서) 형식으로 계약한다. 문서교환 없이 일하는 사람은 없다. 조합원들에게
지급된 임금 중 일정액은 정부와 각 조합의 연금 및 복지기금으로 반드시 할당된다.
임시로 고용된 일당직 스탭의 경우 하루 8시간, 주급계약의 경우 주당 44시간을 기준으로 계약한 임금이 지급된다. 시간외수당의 경우 초과 2시간까지는
임금의 1.5배, 이후 두 시간은 2배로 계산되며, 공휴일 촬영에도 2배 원칙이 적용된다. 독립영화의 경우 하루 12∼14시간의 촬영이 있을
순 있지만 다음날 촬영까지 모든 스탭들에게 최소한 8∼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하며, 금요일 주말부터 월요일 사이에는 57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극장상영 외에 TV나 비디오, 인터넷 등의 재상영에 대해서도 임금의 몇%를 지급하느냐에 대한 규정도 조합의
기본협약에 포함돼 있다.
이같은 할리우드의 주급 및 일급 시스템은 영화제작에 앞서 시나리오에 대한 철저한 분석 및 정리와 꼼꼼한 계획 수립, 또 명확한 역할 분담 덕분에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영화제작 기간중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연출부가 명확한 노동기간의 명시도 없이 혹사당하지만, 미국의 경우 프리 프로덕션에서
포스트 프로덕션의 전 과정 동안 고용되는 사람은 감독과 프로듀서뿐이다.
우리로 치면 조감독인 ‘퍼스트 어시스턴트 디렉터’는 예산과 스케줄을 총괄하는 프로덕션 매니저와 함께 제작부에 소속되며, 프리 프로덕션 기간중
후반부 절반과 촬영기간 전반, 그리고 포스트 프로덕션 기간 중 1주 정도 고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 작업은 포스트 프로덕션 슈퍼바이저가
따로 고용돼 중심이 넘어간다. 영화 한편에 6주의 사전제작과 6주의 촬영, 6주의 후반작업이 소요된다면 조감독은 10주 동안만 일하면 되는
것이다. DGA는 프로덕션 매니저, 조감독의 최저임금 기본협약을 마련해 놓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의 경우도 영화의 스토리를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놓는 ‘옵션계약’에서 시작해 시나리오 개발 단계별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기획이 중도에서 취소된다고 해도 손해보는 일은 없다.
물론 조합에 등록하지 않은 좀더 싼 스탭을 쓸 수도 있다. 이 경우 각각의 스탭들은 각자 영화사와 주급, 오버타임 등에 대한 협상을 벌인 뒤
독립적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저예산독립영화의 경우 감독이나 작가 또는 스탭들이 소액의 편당 계약금을 받거나 무료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1%, 2% 등의 러닝개런티를 계약서에 명시해 사후 발생하는 수익을 분배받는다. 그러나 100만달러 정도의 저예산영화라 할지라도
일당 100달러, 주급 400달러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흔치 않다. 조합영화의 경우에도 제작부에 속하는 DGA의 훈련생이나 프로덕션, 편집
파트의 경우 편집자조합의 견습편집자 등을 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최소한 500달러 정도의 주급(54시간 기준)이 지급된다. 이런
각 조합의 견습생들은 각 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교육시스템에서 일정 시간을 교육받은 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대학의 영화과 학생들이 학점 이수를 목표로 무급인턴으로 고용되는 경우도 많다. 또 모든 영화예산에서 보험예산은 기본이다. 보통 실제제작비의
1.5∼1.7% 정도 들어가는 보험은 배우 및 감독, 필름, 촬영기재, 의상 등의 손상이나 재해발생상황을 뒤처리할 수 있게 한다.LA=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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