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둥지’ 회원들은 지난 5월18일 금요일 오후 5시, 혜화동 민들레 영토에서 9번째 정팅을 가졌다.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영화계와의 대화를 위해 목소리를 모아보자는 취지였다. 삼삼오오 모여든 ‘비둘기’들은 약 50여명. 표준계약서, 개별계약제 등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심지어 노조를 설립하자는 이야기 등 여러 주제를 놓고 3시간 넘도록 열띤 토론과 자유발언이 진행되었다. 김영철 촬영감독은 시종일관 열띤 어조로 “이것은 권익에 대한 문제다. 여러분 개개인이 당사자다. 개개인이 나서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모여서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해도 나중에 계약서를 앞에 놓고 내 권리를 주장하고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이길 수 없다”며 후배들에게 분발을 촉구했고, 자신이 계약할 때의 예를 들어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인터넷상의 수없이 많은 작은 카페 중 하나에서 충무로를 뒤흔든 작은 태풍으로 떠오른 카페 '비둘기 둥지’(http://cafe.daum.net/vidulgi)의 개설일은 3월14일. 공정한 영화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여보자는 아주 ‘조촐한’ 뜻에서 출범했다. 약 두달이 지난 5월18일 현재 회원 수는 850여명. 구성원은 대부분 충무로의 현직 영화스탭들(연출부, 촬영부, 조명부, 제작부, 동시녹음, 미술 기타 등등), 영화 관련학과 학생들이며 연기자나 제작자들도 있다. 스탭 중에는 퍼스트급 이상 감독급들도 있다고 한다. 카페 운영자는 3명. 각각 ‘김호’, ‘비밀’, ‘소리’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들로, 영화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비둘기 둥지’는 지난 4월25일 대종상 시상식이 열리던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충무로 스탭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임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카페를 들어가면 “영화계의 불평등한 관행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을 때까지 우리는 한국영화의 지킴이들이다!”라는 비장한 멘트가 먼저 눈길을 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처음에는 열악한 처지에 대한 개인적인 한탄이나 충무로의 잘못된 관행들에 대한 고발 형식을 띤 글들이 많았지만, 점차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제시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나 힘들지만 우리 열심히 하자, 라는 서로에 대한 격려도 많다. 충무로 현실을 앞서 체험한 선배 영화인 김영철 촬영감독, 이현승 감독이 올린 글도 눈에 띈다. 비둘기 둥지에 대한 신문이나 잡지기사도 꼼꼼히 올라와 있고,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더 나아가 구체적인 요구사항들, 표준계약서나 개별계약제 등에 관한 제안서도 올라오고 있다. 감독협회등이 만든 표준계약서안의 문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도 있다. 아이디로 소통하던 사람들이 실명전환도 많아졌고, 자신의 연봉을 공개하는 등 한번 불붙은 ‘스탭 생존권 쟁취’의 열기가 뜨겁다.
‘비둘기 둥지’의 시작은 비록 미미했으나 지금은 창대한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비둘기 둥지’의 목소리는 5월18일의 정팅에서 회원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이, 아직 조직화되어 있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요구조건도 소박하다. 그러나 그들이 충무로에 미친 파장은 적지 않다. 물론 하루아침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영화 80년사 최초인 스탭들의 ‘반란’이라는 점만으로도 ‘비둘기 둥지’는 충분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위정훈 기자
▶ 스탭
기본권, 이제는 말할 때
▶ 충무로
현장 스탭들의 노동현실 점검, 그리고 대안 모색
▶ ‘비둘기
둥지’는 어떤 모임인가
▶ 인터뷰
| 촬영조수협의회(가칭) 임시회장 박용수
▶ 촬영스탭
보수현황 설문조사
▶ 해외사례
- 미국
▶ 해외사례
- 일본
▶ 해외사례
- 프랑스
▶ 스탭의
현실과 처우 개선을 둘러싼 난상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