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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씨네21 영화평론상 [1]
2001-05-11

명료하고 부드럽게 영화사와 함께

최우수상 유운성·우수상 손원평, 정돈된 글솜씨와 예민한 시각 돋보여

좋은 비평문은 명료하고 부드러운 글이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저널리즘 비평에 종사하는 데서 오는 편향도 작용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떤 종류의 글도 독자와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대화는 명료함과 부드러움의 기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다른 한 가지 기준은 시각에 관한 것이다.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수없이 많을 테지만, 우리는 영화사적 맥락을 존중하는 쪽에 좀더 큰 호감을 느낀다. 그것이 영화평론의 정도라는 확신 때문이라기보다는, 동서고금의 고전들에 접근하기가 아직도 너무 먼 우리 현실에서, 영화사적 교양은 흔히 결여되기 쉽지만 의식적으로라도 흡수해야 할 필수 영양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 응모한 50여편의 글들을 대한 소감은 우선 반가웠다는 것이다. 영화 텍스트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화하려는 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덕이다. 그중에서 특히 정돈된 글솜씨와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 네편을 뽑아 재검토와 토론 과정을 거쳤다.

유주현씨의 이론비평 ‘아니메를 통한 대항헤게모니의 창출’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대항 헤게모니의 형성과정이란 관점에서 재정리하려는 도전적 시도만으로도 뜻깊은 글이었다. 일본사회와 대중문화 일반론에 관한 폭넓은 지식도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일본사회를 이중적인 사회라고 말하면서도, 대항 헤게모니로서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서술할 땐 일본사회의 국가주의만을 대립항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논리적 결함이 눈에 띠었다. 이 점은 <인랑> 작품비평에서 일본의 60년대를 성장주의 국가이데올로기가 지배한 시대라고 단순화하는 대목에서도 반복됐다.

최재훈씨의 이론비평 ‘팀 버튼의 작품세계’도 매력적인 글이었다. 팀 버튼의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체로부터 버림받은 자들이며 이들의 욕망을 타자를 통한 주체성 회복이라고 갈파한 점은 충분한 공감이 갔다. 시민사회가 추와 자연미를 추방했고 팀 버튼의 주인공들이 그에 저항한다는 분석도 예리했다.

그러나 팀 버튼 특유의 유희적 성격을 감안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끝내 마음에 걸렸다. <도쿄 맑음> 작품비평에선, 이 영화가 주류영화의 속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서 곧바로 예술정신을 이끌어내는 논리적 비약이 눈에 띠었다. 안타깝게 입선에 들진 못했지만, 유주현씨와 최재훈씨가 훌륭한 평론가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각각 최우수상과 우수상에 뽑힌 유운성씨와 손원평씨의 작품비평은 공히 잘 다듬어진 글솜씨와 예민한 시각이 돋보였다. 유운성씨는 정말 드물게도 영화사에 대한 풍부한 교양이 뒷받침된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론비평을 제출해, 논란없이 최우수상 수상자로 뽑혔다. 응모한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마지막 순간에 탈락한 두분께는 감사와 송구스러움을 함께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