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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스 시로 영화음악 프로듀서 인터뷰
2001-04-26

“모든 영감은 감독으로부터”

<무사> 영화음악을 맡기로 한 계기는?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나.

1년 전 영화음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웃나라에서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게 기뻤고 베이징에서 김성수 감독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을 만나기 직전 시나리오를 받아봤는데 시나리오도 좋았다.

기존에 했던 영화음악들과 달리 역사극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일본TV에서 역사드라마의 음악을 한 적은 있지만 영화로 시대극을 해본 적은 없다. 그 점이 흥미를 끌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무사>가

좋았다. <무사>의 음악은 사실상 김성수 감독으로부터 나왔다. 영화음악은 그냥 음악이 아니라 화면에 새겨넣은 음악이다.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나는 그가 원하는 걸 하는 것이다.

아무리 김성수 감독의 영화지만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난 사운드트랙은 감독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셀린 디옹의 음반이나 서태지의 음반은 셀린 디옹과 서태지의 음악이지만 영화사운드트랙은

감독의 것이다. 난 음악 프로듀서로서 영화에 참여한 것이다. 수많은 스탭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면 음악가로서 영화음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뭔가.

영화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일이다. 음악가로서 난 감독으로부터 음악에 대한 영감을 얻을 뿐이다.

특별히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음악을 하는 건가.

그렇다.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아버지가 TV드라마와 영화 프로듀서로 일했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자주 접했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해 알게 됐다.

아버지가 현장에 자주 데려가셨는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배우, 스탭, 제작자들이었다. 쇼비즈니스를 일찍 접했고 그런 일에 흥미를 가졌다.

영화감독이 될 생각은 없었나. 어쩌다 음악가가 됐나.

5∼6살 때 교회 오르간을 치면서 음악에 흥미를 가졌다. 10대 초반엔 영화감독을 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난 안 된다는 걸 일찍 깨달았다.

내가 10대였던 60년대는 록과 재즈에서 혁명적인 음악들이 나온 시기였다. 재즈에 관심있던 나는 학교에서 밴드를 만들었고 작곡을 시작했다.

17∼18살 때 클럽을 돌아다니면서 재즈밴드의 색소폰 세션맨으로 일했고 20대 접어들어선 재즈밴드를 만들었다. 그러다 편곡을 부탁받은 노래

하나가 가요차트에서 성공하는 바람에 작곡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됐다. 그때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써주곤 했다.

영국에서 살고 있다던데 언제부터 일본을 떠나 활동했나.

30대가 되자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파리에서 3년간 머물면서 활동했고 그 다음엔 런던으로 옮겼다. 도쿄, 파리, 런던을

옮겨다니며 생활하지만 차이는 별로 없다. 언제나 스튜디오가 내 집이고 내 생활이다. 새로운 음악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고 그런 점에서

외국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데 안노 히데야키와의 작업은 어땠나.

안노와는 <나디아>부터 함께 일했다. 첫 작품인 <나디아>를 할 때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안노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하지만 두 번째 영화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할 때는 눈짓만으로도 뭘 원하는지 알았다. 훌륭한 감독은

영화뿐 아니라 음악에 대해서도 안다. 김성수 감독도 음악을 잘 아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음악가로서 당신의 목표는 어떤 것인가.

음악을 하면서 훌륭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좋다. 좋은 창작자들을 많이 만나고 일본뿐 아니라 중국,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게 즐겁다. 국적이 어디든 음악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도록 만든다. 그런 관계를 만드는 게 좋고 <무사>도 그럴 거라고

믿는다. ▶ <무사>

후반작업 현장

▶ 김성수

감독 인터뷰

▶ 사기스

시로 영화음악 프로듀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