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찍을 때 보니까 다들 고생이 심한 거 같더라. 12월 말에 촬영을 마쳤는데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
이번에는 오히려 담담했다. 4번째 작품을 찍으면서 영화 촬영 마칠 때마다 나름대로 감격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랬는데 <무사>는
마지막 촬영을 하고나서도 별 감흥이 없었다. 영화를 완성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촬영하는 순서만 끝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어렵고 위험한 촬영도 많았기 때문에 촬영 들어가서는 그저 무사히 끝나기만 바랐는데 어쨌든 무사히 끝내 다행이란 생각만 들었다.
엄청난 분량을 찍어 와서 편집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30만자 필름을 텔레시네 떠서 아비드 편집기에 입력하는 데만 한달 가까이 걸렸다. 5주 동안 편집을 했는데 감독 입장에선 찍은 장면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찍으면서 영화가 길어질 거란 예상을 해서 편집 때 잘 정리해보자 생각했는데 편집하면서 등장인물 가운데 한 사람도 버리기
싫었다. 배우와 인물에 대해 너무 많은 애착이 생겼는데 2시간30분 편집본에서 그걸 충분히 묘사할 수 없는 게 마음에 걸린다.
촬영할 때랑 후반작업하는 지금이랑 비교하면 어떤가.
촬영할 때…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하루 2시간도 못 자고 하루도 안 쉬고 몇달씩 일한다는 게 미친 짓이었지만… 멋지고 즐거운 미친 짓이었다.
단편영화 찍을 때부터 <태양은 없다>까지 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다가 중국에서 사방 아무것도 없는 벌판을 보니까, 그걸 그림에 담는다고
생각하니까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공간을 담는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흥분시키고 각성시켰다. 아침마다 현장에 갈 때 조금 떨어져서 수백명이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힘내자는 생각이 들었고 행복했다. 촬영 끝나고 함께 작업한 사람들한테 다음엔 좀 쉽게 찍을 수 있는 영화를 하겠다고
하니까 “더 쎄게 나가야지, 무슨 소리냐”고 하더라.
정말 도시의 뒷골목을 담은 청춘영화 두편을 끝내고 <무사>를 찍었는데 이번 영화가 어떤 전환점이 되는 건가.
사실은 <무사> 다음 영화가 어떤 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사> 전에 영화 3편을 찍으면서 어느 정도 재주를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배울 게 너무 많다.
호주에서 사운드 작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여기서 스퀴즈 작업도 한다고 하던데.
1차적인 이유는 스퀴즈 작업 때문이다. <무사>는 수퍼35mm로 찍어서 시네마스코프 사이즈로 보여지는 영화인데 그러자면 화면을 압축하는
‘스퀴즈’라 불리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스퀴즈를 하는 곳이 미국, 일본, 호주밖에 없는데 호주가 스퀴즈와 사운드 작업을 함께하기에 적합했다.
국내 사운드 기술도 지금은 대단히 좋아졌지만 다국적 프로덕션을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중국에서 중국 스탭, 배우와 함께 찍고 일본 음악가에게
음악을 맡기고 오케스트라 연주는 바르샤바에서 하고 사운드는 호주에서 하고. 국적은 다르지만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프로덕션인데
배우는 게 참 많다.
음악은 일본 작곡가 사기스 시로에게 맡겼는데.
원래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을 좋아한다. 동양적인 것도 서양적인 것도 아닌 묘한 음악들이 많다. 그런 느낌을 원해서 주위에 물어보니까 사기스
시로를 추천했다. 사기스는 시나리오를 전하자마자 흔쾌히 응했고 중국 촬영현장에도 3번이나 왔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부분적으로 편집한 클립을
계속 보여줬다. 사기스의 음악에 대해 나는 너무나 만족스럽다. 그는 동서양 음악을 두루 섭렵한 천재다.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재능만 있는 게
아니라 극을 해석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 <무사>
후반작업 현장
▶ 김성수
감독 인터뷰
▶ 사기스
시로 영화음악 프로듀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