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스 GIPS
감독 아키히코 시오타| 일본| 2000년| 83분| 베타캠
카츠코와 타마키, 스물두살 두 여자는 깁스 때문에 묘한 인연을 맺는다.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다며 다리에 가짜 깁스를하고 다니는 타마키는 육교 위에서 만난 카츠코에게 아무런 설명없이 집 열쇠를 건넨다. 타마키의 열쇠는 카츠코의 일상의 빗장을 열고, 그녀는
비로소 파트타임으로 컴퓨터 속기 일을 하는 받아쓰기 같은 삶으로부터 일탈한다. 아픈 척하는, 혹은 보이지 않는 병을 보이게 하는 장치로서의
가짜 깁스. 보이지 않는 외로움이 드러날 때 맺어지는 아련한 사람 사이를 매우 간결한 드라마에 담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젠더너츠 Gendernauts
감독 모니카 트로이트| 독일| 1999년| 87분| 35mm
암컷이 수컷의 형질을 지닌 하이에나에 관한 언급이 인트로를 대신하는 이 작품은, 샌프란시스코 아레아만의 트랜스젠더 예술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만이 “내가 내 자신”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마치 새의 종류가 여러 가지이듯, 성정체성의 가짓수도 수없이 많다고 말한다.
자신의 본 모습을 인정받는 한 ‘그녀 she’라고 불리든 ‘그 he’라고 불리든 그다지 개의치 않는 이들은 성전환을 통해 근본적인 정체성의
변화를 겪는다. 편견의 지배를 받는 어떤 것에 대해 단지 보여줌으로써 설득한다는 다큐멘터리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는 작품.
그것은 인생 Such Is Life
감독 아르투로 립스테인| 멕시코, 프랑스, 스페인| 2000년| 98분| 35mm
“널 사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남편의 말은 줄리아에게 너무 가혹하다. 젊은 여자와 눈이 맞아떠나버린 남편은 그녀에게 두 아이까지 요구하고, 설상가상으로 집을 빼라는 집주인은 남편의 새 여자의 아버지다. “나는 미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바보는 아니다.” 남편이 새 여자와 결혼하는 날, 줄리아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한다. TV세트는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TV 속 밴드는 줄리아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를 부르고, 남편이 여자와 섹스를 할 때 그 방의 TV에는 포르노가 나온다.
아이보리 톤으로 안정감 있게 처리된 영상이 현실과 환상을 부드럽게 아우른다. 2000년 아바나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품. 감독 아르투로
립스타인은 <천사를 죽여라>(1962)에서 루이스 브뉘엘의 조감독을 했다.
징후와 불안 Signs & Wonders
감독 조너선 노시터| 프랑스| 2000년| 108분| 35mm
중산층 가정의 가족이 그들에게 침입한 불안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기이하고도 집요한 방식. 미국인 입양아 알렉 펜튼과 그리스 태생의 미국인 아내
마조리에는 두 아이와 함께 그리스에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언제부턴가 각기 다른 파트너가 생긴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의 새 파트너가 애완용
염소를 죽였다고 생각한 어린 딸은 그를 절벽에서 떨어져 죽게 하고, 케이크에 유릿조각을 박은 남편은 감옥에 간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죽지
않았던 염소는 천진난만하게 산기슭을 뛰논다. 일견 평화로워 보일 만큼 평이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곳곳에 날선 불안이 번득이고 있는 작품.
조너선 노시터의 <선데이>는 199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최수임 기자
존 아캄프라 특별전
디지털 개척자의 멋진
세계
영국 출신의 존 아캄프라는 10여년간 디지털영화의 독자적인 표현영역을 탐색해온 감독이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단편 <안개의 기억>과
<메모리 룸 451>, 중편 <폭동>을 출품해 N비전 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그의 다른 작품들이 올해 특별전으로 소개된다.
상영작은 <역사의 마지막 천사> <루이 암스트롱의 멋진 세계> <골디> 등 음악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3편과 스토커들에 대한 의사다큐멘터리 <스토커>. 미래의 한 인물이 흑인 음악에 나타난 몇 가지 코드에서 흑인 문화의 정체성을
짚어보는 과정을 담은 <역사의 마지막 천사>는 SF적 허구와 다큐멘터리가 만난 작품.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흑인들의
비밀스런 테크놀로지인 블루스를 얻었다는” 가수 로버트 존슨에서 출발한 가설은 펑크(funk)의 조지 클린턴, 트립합의 DJ스푸키 등 우주,
테크놀로지 같은 미래적인 요소를 끌어온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거치며 ‘흑인적인 것’과 미래주의를 ‘주류 현실에서 벗어난’ 하나의 그림으로
끌어낸다. 각각 로 잘 알려진 재즈 가수 루이 암스트롱, 드럼 앤 베이스 장르의 선구자인
골디의 음악과 삶을 따라가는 <루이 암스트롱의 멋진 세계>와 <골디> 역시 흑인 문화의 정체성,
내면에 대한 탐색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정치적 소재의 <폭동>보다는 간접적이지만, 80년대 초부터 ‘블랙 오디오 필름 컬렉티브’란
영화집단을 만들고 인권, 인종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해왔던 감독의 전력을 감지할 수 있다. <스토커>는
실제 인물인 6명의 스토커를 모델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깨어진 관계에 집착하는 형, 알지 못하는 이를 스토킹하며 구애하는 형, 자신의
만족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형 등 스토킹의 실상과 원인을 관찰하면서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의 외로운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사이코 강간살인범
같은 스토커는 오히려 소수라는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 클로즈업과 노출, 극적인 색감 대비를 활용한
심리 묘사 등 디지털영화의 표현력을 넓혀가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황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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