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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의 속삭임>은 어떤 영화?
2001-04-06

원효 대사,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런던 인터내셔널 필름스쿨에서 ‘셰익스피어 감독’으로 통하는 김판수 감독은 유난히 사극 또는 시대극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바람 속의 속삭임>(Whispers in the Wind) 직전에 만들어졌던 단편 <모반>(The Rebellion)도 이러한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반역을 꾀하는 신하들의 혁명을 그린 이 작품은 고증과 세트 디자인을 거쳐 한국 사극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런던의 조그만 스튜디오에서 한국 사극이 만들어진 것이다. 무대를 영국 중세로 옮겨온 <바람 속의 속삭임>도 주제나 형식면에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사들의 ‘신의’가 강조되었고 80% 이상 세트를 지어 촬영되었다. 아서 왕 시대를 염두에 두고 고증을 했다는 이 작품과 전작의 변별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영주가 신하를 처형한다는 것이다. 감독의 개인적 체험, 즉 산에 올라갔을 때 마치 바람이 자신에게 뭔가 속삭이며 유혹하는 듯한 기분에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바람 속의 속삭임>은 마법사의 유혹에 넘어가 신하를 처형하는 영주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지만 영화의 맨 마지막에 가서 이러한 영주의 행위는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정말 영주가 신하를 죽인 것일까?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결국 영화는 신의에 대한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다가 어느새 <라쇼몽>의 철학적 물음에까지 와닿는다. 얼마 전에 가진 시사회에서 <맥베스>와 <라쇼몽>의 이종결합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던 이 작품에 감독은 ‘일체 유심조’라는 말을 남긴 원효 대사의 설화도 영화 속에서 엿볼 수 있을 거라고 한마디 거든다. 셰익스피어가 좋아 영국에서 영화를 공부한다는 전직 영문학도 김판수 감독은 당연히(?) 좋아하는 감독으로 구로사와 아키라를 꼽는다. 현재 모든 사건이 ‘궁궐’에서만 일어나는 <>이라는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 ‘셰익스피어 감독’ 김판수가 만들 셰익스피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센스, 센스빌리티> 로 영국인의 감성을 탁월한 이성적 안목으로 읽어낸 미래의 리안의 모습을 그에게서 기대해본다. ▶희망의

속삭임, 이젠 한국이 뜬다

▶인터뷰

| 영화평론가 스티븐 크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