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쨋날 저녁 10시 | 초량동 산복도로, 준석집 옥상
“니가 돈들고 가출해가내한테 찾아오믄 "와∼ 상택아 잘했다. 인자 우리같이 건달해가 인생 개판치자" 그랄 줄 알았나?”
“그기 아이고….”
“내가 우리집이 제일 좇같다고 생각할 때가 언젠지 아나? 우리 엄마 입원하고
내가 중학교 때 한번 가출하고 돌아오니까 내가 삼촌이라고 부르던 새끼들 중에서 한놈이라도 내를 뭐라고 하는 놈이 없는기라, 씨바, 그때
한놈이라도 내를 패주기라고 했으믄 혹시 모르겠는데…. 상택아! 인제 니는 니처럼 살아라, 나는 내처럼 사께….”
부산 버스기사들은 전국 어디를 가도 버스를 몰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유독 달팽이모양으로 산을 타고 지어진 집들이 많아서인지
부산의 버스는 마치 곡예하듯 산복도로를 올라간다. 여장을 풀고 간단한 저녁을 마치고 찾아간 준석집 옥상 역시 몇 바퀴의 원을 돌아야 닿을
수 있는 초량동의 산꼭대기에 있었다. 덕분에 잠잘 채비를 하던 부산시내는 한눈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몇몇의 높은 증권회사의 불빛 넘어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듯 고깃배와 컨테이너배들이 불을 밝히며 정박해 있었다. 분명 어떤 집에 속한 공간일 테지만 경사를 달리하는 집들 때문에 윗도로와
바로 통하게 돼 있는 묘한 구조의 옥상 위에 서니 가출한 상택(서태화)에게 이 길은 네 길이 아니다며 어른스런 충고를 던지던 준석(유오성)의모습이 어른거렸다. 우연이었을까? 까까머리 소년 둘이 어깨를 마주하고 옥상 난간에 앉아 있다. 저들도 혹 그들과 같은 대사를 나누고 있을까
곽경택 감독이 다가가서 “너그 어느 학교 댕기노?” 물었는데 의외로 “아, 예! 군인입니다” 한다. 원래 대구캠프 소속으로 부산 하야리아부대에
출장중인 자칭 “꽃상병” 카투사. 만나서 영광이라며 감독과 악수를 청한,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처럼 앳된 이들은 “정말, 여기서 영화를 찍으셨어요?
와! 예전부터 내가 찍었던 자린데…”라며 탄성어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영화에서는 극장에서 상택이가 패싸움하고 나서 가출하는 걸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 내가 가출한 거는 대학 떨어지고 나섭니다. 돈도 없이
객기로 집 나와서 준석이 집에 갔거든요. ‘내캉 서울가자’ 했는데, 임마 말이 ‘니 눈치밥 묵어봤나? 니같이 곱게 자란 놈은 그런 거 못
묵는다. 빨랑 집에 들어가라’ 하대요. 그라고 지 가출했을 때 얘기를 해주는데…. 그때 가출한 사실은 우리 아버지는 아직꺼정 모르십니다.
옥상신은 12월 정도에 찍었는데 장난 아니게 춥었지. 태화하고 오성이하고 대사를 마치면 카메라가 붐업을 해야 하는데, 워낙 새로 생긴 고층건물이
많아가지고… 와, 그거 피해가려니까 진짜 난감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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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재용이 본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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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 황기석이 본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