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은 임신을 한 어린 학생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많이 접해본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시대와 배경에 따라 낯설고 충격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첨예하고 논쟁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레벤느망>은 2000년 출간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동명의 자전적 에세이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피임과 낙태가 합법화되기 이전인 1963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여대생의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앤(안나마리아 바르토로메이)은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낳자니 학업을 포기하고 미혼모가 될 처지고, 그렇다고 불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도 없다. “간결하고 급진적”(<르몽드>)이라는 평에 걸맞게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속도감 있게 묘사하는 한편, 혼란에 빠진 인물의 고독과 불안을 심도 있게 포착한 정교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