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누리시네마를 찾은 전북 장수군 주민들이 입체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이 사업이 보여주는 함의는 꽤 깊다. 기존의 영상 정책이 대부분 영화 제작자, 창작자를 위한 정책이거나 이들을 지역에 유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정책이었던 데 비해 이는 거의 최초로 지역 관객을 위한 정책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영화가 아니라 극장이라는 점도 놀랍다. 영화란 필름에 인화된 동영상이 아니라 그것이 극장에서 영사되고, 이를 관객이 응시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누군가의 가르침이 다시 환기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작은영화관이 날개를 펼치려면 여러 가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간을 마련하고, 시설을 갖추고, 운영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적인 과제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극장에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수급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자체 확보하는 것이다. 당장이야 서울에 있는 영화산업 전문가나 배급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서울의 영화쟁이들이 지역의 역량으로 축적되기는 어려울뿐더러 지역민의 문화적인 수요에 맞는 프로그래밍을 제공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극장이라는 시설만 갖춰놓고 운영은 파행으로 치닫는 과거의 사례를 반복할 우려가 크다.
작은영화관처럼 지역에 밀착한 사업은 유수의 명망가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한 인력들을 서툴게나마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지원사업의 세심함은 이런 부분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지역에 필요한 영화 일꾼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측면 지원이 오히려 직접적인 예산 지원보다 근본적인 지원이 될 수 있다. 동네에서 영화 좀 본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좌충우돌하며 영화를 트는 극장이야말로 진짜 시네마천국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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