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감부터 듣고 싶다. =기분이 굉장히 좋다. 경쟁부문에 좋은 영화가 많아서 대상을 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뜻밖의 선물이다.
-<공포의 역사>는 지난 2월 열렸던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기도 하다. 베를린에서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영화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건 개인의 몫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베를린 같은 큰 영화제에서 <공포의 역사> 같은 작은 영화가 평가가 갈리는 작품으로 주목받은 건 감사할 일이다. 반면 전주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을 모은 영화제라서 집처럼 편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그렇듯이 실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편인가.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집에 경비를 두고 경보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도 모자라 전깃줄로 울타리를 감싸고 산다. 편집증적 공포가 삶의 방식이 된 것 같다.
-그 공포와 불안의 정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빈부격차로 인한 긴장감인 것 같다. 전체 인구의 9%밖에 안 되는 사람들의 재산이 나머지 90%에 달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맞먹는 게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위협한다. 긴장될 수밖에 없는 사회다.
-당신도 그런 불안감에 시달린 적이 있나. =물론이다. 어두운 거리에서 혼자 작업을 할 때 항상 뛸 준비를 했다. 영화를 통해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한국에 와보니 아르헨티나와 달라 인상적이었다. 밤에 나다녀도 전혀 위험하지 않고, 육안으로는 부의 불평등을 식별하기 어려웠다.
-영화감독이 된 계기가 궁금하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어릴 때 부모님이 영화관에 자주 데리고 가셨다. 11살 때 비디오카메라를 선물로 받아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며 놀았다. 영화가 사람의 감정을 현실보다 더 실감나게 다루는 데다가 이미지와 소리를 활용하는 영화언어가 신기하기도 하고 알 수 없기도 해서 어릴 때부터 매료됐다.
-차기작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벌어진 폭력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들었다.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주고 싶다. 그때 그 시절 용감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군부독재 시절이 아르헨티나의 창작자들에게 자극을 주나 보다. =당시 독재 정권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까지 아물지 않았다. 그때 그 시절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트라우마가 됐다. 현재진행형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는 계속 그 시절을 이야기할 의무가 있다. 왜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는지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현재 차기작의 로케이션 헌팅 중이다. 제작비로 보태 쓸 계획이다.
-좋아하는 감독이 궁금하다. 세명만 꼽아달라. =존 카사베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장 비고. (웃음)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