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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유럽식 여성만화란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대중적인 면에서 본다면 유럽의 예술적인 만화들은 그야말로 심오한 ‘노블’이 많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림과 글을 집중해서 봐야만 하는 만화들이다. 슥슥 넘길 수 있는 페이지 같은 건 거의 없다. 하지만 미리 사전 조사를 하거나, 추천을 받아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들도 많이 있다.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유럽 만화 중 하나다.

한국과 일본에는 소녀만화, 순정만화라는 장르가 있다. 주로 로맨스를 다룬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요즘에는 광범위한 ‘여성만화’라는 개념으로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단지 로맨스만이 아니라 여성독자 취향의 만화를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염소의 맛> <폴리나> <내 눈 안의 너> 등 서정적으로 청춘의 풍경을 그려냈던 바스티앙 비베스는 남성이면서도 여성 취향의 작품을 그리는 작가다. 기존 작품에서는 부드럽고 섬세했지만, 이번에 나온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에서는 작가 ‘개인’이 전면에 드러난다.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는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틈틈이 그렸던 만화들을 모은 책이다. 재미로, 편하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것이 출판사의 편집자 눈에 띄고, 에피소드를 더 추가하여 작은 판형으로 출간되었다.

치밀하게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면서 순간의 감정을 끌어내던 바스티앙 비베스가 매 순간 이렇게 도발적이고 능청스러울 수 있을까. 엄마에게 바람 피운 적이 있냐고 물어보는 딸, 종교를 가지고 싶다면 마트에서 종교 멤버십 카드를 사주겠다는 아버지, 여자친구가 엄청 화를 내지만 반드시 게임은 끝내야만 하는 남자 등 일상의 기발한 사건들을 통해 바스티앙 비베스가 달리 보이고, 더욱 애정이 간다. <강철의 연금술사>로 좋아했던 아라카와 히로무를, 농촌 에세이 만화 <백성귀족>을 보며 더욱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