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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이런 요~물

뮤지컬 <애비뉴 Q>

뮤지컬 "애비뉴 Q"

뮤지컬 "애비뉴 Q"는 제목 앞에 ‘19금 뮤지컬’이란 꼬리표를 당당하게 붙이고 있다. 청년실업, 인종차별, 동성애, 섹스, 포르노 등 ‘어른들의’ 문제를 다루며, 극중 인형들이 노골적인 대사와 걸쭉한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여기에 인형들의 적나라한(?) 정사 신까지 등장한다.

단순히 19금 인형극이어서 눈길이 가는건 아니다. 어린이용 인형극의 캐릭터와 형식을 가져와 새롭게 패러디한 사실이 흥미롭다. "애비뉴 Q"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에서도 "AFKN"을 통해 널리 알려진 미국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들이다. 알록달록한 털북숭이 옷을 입고 나와 신나는 노래에 맞춰 미취학 아동들에게 알파벳과 숫자 세기 등을 가르쳐주던 귀염둥이 인형들 말이다. 그 인형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실업과 동성애로 고민하고 야동에 심취하거나 “엿 같은 내 인생!”을 부르짖는 데서 오는 이질감과 친숙함, 바로 그 지점에 "애비뉴 Q"의 색다른 매력이 있다.

캐릭터뿐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애비뉴 Q"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익숙한 코너를 차용해 흥미로운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대학 졸업 뒤 실업자로 전전하는 프린스턴이 방황하는 장면에서 무대 위 전광판에는 커다랗게 “Purpose”란 단어가 떠오르고, “목표: 삶에서 목적으로 삼아 도달해야 할 곳” 같은 ‘교과서적인’ 의미가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설명된다.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매일 새로운 단어를 알려줄 때와 같은 방식이다.

우리 대부분은 어린 시절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배우고 사물의 이름을 익혔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의 실체는 "세서미 스트리트" 식의 귀엽고 친절한 설명과는 사뭇 다르다. 정작 어른이 되어서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각종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애비뉴 Q"의 캐릭터들은 그런 면에서 묘한 동질감을 자아낸다(10월6일까지/ 샤롯데씨어터/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