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화는 2009년 소녀시대와 2NE1, 카라가 주도한 걸그룹 폭발 이후 재편되다시피한 아이돌 산업구조와 후발주자들의 딜레마에서 기인한다. f(x)가 상징하듯 걸그룹은 유동적인 성인 팬덤을 기반으로 ‘하이엔드’ 팝으로 조직되는 경향을 보이는데(보이그룹이 노리는 팬덤은 대체로 고정되어 있다), 이 견고한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주자들은 어쨌든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상황이다. 크레용팝은 이 난관을 거리 퍼포먼스로 돌파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크레용팝의 초기 활동 영상들은 명동, 홍대, 동대문 등 상업지구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것들인데, 예능감이 터지는 자막과 영상이 어울려 ‘병맛이지만 멋있어!’를 외치게 만든다. 카라의 ‘고생하는 아이돌’ 이미지를 참고해 ‘거리의 아이돌’ 이미지를 구현하면서, 직접적인 롤모델은 일본의 AKB48이나 모모이로 크로버Z로 삼아 비로소 한국의 ‘오덕’ 커뮤니티를 시장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다.
그래서 크레용팝의 등장과 급성장은 비평적 관점을 요구한다. 이들에 대해 제대로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을 받는 것이다. 심지어 음악도 좋다. 직렬 5기통 댄스의 <빠빠빠> 말고 <빙빙>과 <댄싱 퀸>도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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