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쯤, 네이버의 웹툰 코너에 ‘스마트툰’이라는 범주가 생겨났다(얄팍한 유행성 조어에 대한 한탄은 다른 기회에). 한컷 단위로 전환 효과를 구현하는 등 세로로 들고 다니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읽어야만 비로소 읽을 만해지는 만화 형식이다. 여러 장르의 작품이 이 방식으로 선보였는데, 적절한 연출 효과로 승화될 만했던 소수의 사례는 결국 칸 단위 전환이 반전과 의외성, 정확한 리듬의 분절감의 재미가 가능한 작품에서 나왔다. 바로 빠른 페이스로 기발한 설정들과 뒤집기의 개그가 휘몰아치는 작품 말이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랑또의 <SM 플레이어>다. 제목의 ‘SM’은 가학-피학이 아니라 ‘설정만화’(Suljung Manwha)의 약자로, 만화 속 만화 캐릭터 ‘출연자’들이 어떤 특정한 설정을 규칙으로 내세운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여 이야기를 펼친다. 그중에는 전형적인 장르 관행을 따르는 설정이 있다. 호러물, 명랑물의 흔한 규칙을 다 따를 때 민망함의 재미가 생긴다. 반대로 그런 관행을 살짝 비트는 설정도 있다. 막장드라마 줄거리를 따라가되, 사실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라는 설정이 이런 경우다. 아예 어떤 미묘한 연출 방식을 설정으로 두기도 한다. <금도끼 은도끼> 설화를 무조건 ‘강약약’ 연출 패턴에 끼워넣어서 무의미한 부분이 엄청나게 강조되면서 자아내는 기발한 유머가 펼쳐진다. 5화마다 만화 속 출연자들과 작가가 향후 전개에 대한 회의도 하고, 그 결과 나온 매우 괴상한 결정을 다음 분기에서 어떻게든 실현하는 것도 독특하다.
이렇듯 철저하게 설정을 활용하고 뒤집는 방식이다보니, <SM 플레이어>는 매 칸의 전환마다 급반전과 개그가 날아다니고, 에피소드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개그의 강도가 증가하다가 통쾌하게 황당한 결말을 맞이한다. 형식의 제한(!)을 오히려 더 과격한 개그를 위해 활용한, 실로 모범적인 개그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