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기요시 | 일본 | 2013년 | 127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10 하늘연 18:00 OCT11 CGV3 19:00
마치 광고에나 등장할 법한 깨끗하지만 인공적인 아파트. 한 쌍의 남녀가 식사중이다. “이상해, 언제나 이렇게 함께 살았던 것 같아”라고 여자가 말하자 남자가 답한다. “언제까지나 그럴 거야.” 대답은 한없이 정겹지만 그들을 둘러싼 분위기는 어딘지 생기가 없다. 이 첫 장면은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의 이후 분위기를 암시하는 프롤로그다.<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은 미스터리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2011년 수상작이 원작이다. 원작자 이누이 로쿠로 자신이 2009년에 쓴 희곡 <룩소르>를 소설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한편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소설은 J.D 샐린저의 단편 <바나나 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에서 일종의 모티브를 가져와 SF물로서의 전환을 꾀한다. 원작에서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코마 상태에 빠진 남동생의 무의식을 만나기 위해 누나가 남동생의 뇌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는 원작의 주인공을 남매에서 연인으로 바꾸었다. 만화 작가인 여자친구 아츠미가 자살을 시도하다 코마 상태에 빠지자 연인 코이치는 ‘센싱’이라는 의료과학의 도움을 얻어 그녀의 뇌 안으로 들어간다. 거기에서 만난 아츠미는 코이치에게 불현듯 부탁 한 가지를 한다. 그녀가 그린 수장룡 즉 플레시오사우르스의 그림을 찾아 달라는 것. 이 그림이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코이치와 아츠미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음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즈음 코이치는 센싱의 후유증 때문인지 일명 ‘필라소피컬 좀비’라고 불리는 유령들을 보게 된다.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을 구로사와 기요시의 <매트릭스>라고 불러야 할까, <인셉션>이라고 불러야 할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의식과 무의식, 진실과 진실이라고 믿는 것 등의 철학적 의제들이 구로사와 기요시의 냉정하면서도 밀도 높은 연출력 아래 다뤄진다. 그리고 영화의 중후반부에는 비밀이 도사리고 있다.
TIP 사토 타케루, 아야세 하루카의 하모니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