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망가지 않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사춘기 시절에는 더욱 그렇다. 사이가 막 가까워진 <어게인>의 류타로와 하츠미 역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한다. 류타로가 하츠미를 성추행 했는데, 하츠미의 엄마가 류타로를 고소한 것이다. 하츠미와 류타로는 이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카나이 준이치 감독은 풋풋하고 미숙한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장편 데뷔작으로 10대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렸다. =장르로 구분한다면 러브 스토리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에 있는 불안한 10대들의 첫사랑을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하츠미와 류타로가 가까워지는 과정보다 류타로가 하츠미를 성추행 한 뒤 두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 사건 이후가 중요한 영화다. (류타로가 하츠미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제대로 묘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성추행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둘 사이에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츠미가 자신에게 벌어진 불편한 상황을 씩씩하게 마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츠미가 당장은 달릴 수 없지만 다시 달리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불편한 상황을 마주한다. 그때 도망가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하츠미도 하츠미의 엄마도 류타로도 사건 해결을 위해 불편하지만 계속 만난다. 그들을 통해 도망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지난 봄, 배우 지망생들을 데리고 워크숍을 하면서 찍은 작품이 있다. 곧 작은 규모로 개봉한다. 올 연말, 도쿄 키치조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영화 <아저씨>와 설정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이다. 처음으로 각본가가 쓴 시나리오로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