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 포르나이 | 슬로바키아, 체코 | 2013년 | 90분 | 플래시 포워드 OCT09 롯데3 10:00 OCT11 CGVS 16:30
슬로바키아와 모라비아 경계에 있는 한 작은 시골마을.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증오와 의심을 먹고 자라난다. 아버지와 함께 살던 18살 마렉은 친척과 이웃들에게 무시당하는 지금의 생활이 불만스럽다. 그런 그에게 지방의 신나치주의 집단은 매력적인 탈출구다. 마렉에게 위안을 주는 또 다른 존재는 그의 유일한 친구인 개 ‘킬러’다. 개를 훈련시키는 데 여념이 없던 어느 날, 아버지가 재산처분을 위한 서명이 필요하다며 멀리 떨어져 사는 어머니에게 심부름을 보낸다. 하지만 마렉은 어머니가 집시와 재혼했다는 사실과 배다른 동생 루카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곧이어 몸담은 신나치주의 집단으로부터 압박까지 들어오자 소년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슬로바키아의 우울한 풍광과 무표정한 인물들의 뒷모습을 느리고 건조한 카메라로 따라가는 이 영화는 소년의 황폐한 내면을 통해 유럽의 민족갈등과 인종차별의 현실을 보여준다. 별다른 설명 없이 전개되는 상황이 주는 당혹감이 탈출구 없는 미로에 빠진 소년의 심정과 닮았다.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덤덤히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들의 무표정이야말로 그 어떤 폐허보다 황량하고 스산하다.
TIP 예쁘고 아기자기한 성장담이 아니다. 친구인 개는 무서운 도사견이고 마렉은 스킨헤드의 험악한 인상이다. 하지만 폭력적인 외양 이면에 잠긴 소년의 불안한 표정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