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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CHOICE] <표류> Drift

베니 반덴드리쉬 | 벨기에, 네덜란드 | 2013년 | 83분 | 플래시 포워드 OCT09 롯데6 17:30 OCT10 CGV6 14:00

사랑하는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한 남자가 있다. 삶을 잠식해버린 공허감에 그가 할 수있는 일이라고는 루마니아의 황무지를 ‘표류’하는 일뿐이다. 아내와 함께 했던 행복한 과거의 시간이 플래시백으로 점점 황폐해가는 현재의 그의 모습과 교차편집되면서 서서히 남자의 비밀이 밝혀지고 남자의 고행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내던지며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 과거의 기억도, 자신의 삶에 대한 구원도 아니다. 그리고 감독 자신도 이러한 ‘표류’의 과정이 궁극적으로 구원을 가져올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베니 반덴드리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에게 있어서 ‘상실’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자 한다. 때문에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남자의 모습은 반복해서 등장하는 집(혹은 주인)을 상실한 떠돌이 개의 모습과 닮아 있다. 마치 한 편의 영상시를 보듯 아름다운 화면들은 남자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비어버린 영화 속 대사들은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명상들로 대신 채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고행 뒤로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 내려다보는 대지의 모습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TIP 남자가 땅바닥에 거꾸로 처박히는 장면 때문일까? 이 영화는 어딘가 김기덕의 <수취인불명>과 신기하게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