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BIFF Daily > 18회(2013) > 추천영화
[CINE CHOICE] <라파스> La Paz

산티아고 로사 | 아르헨티나 | 2013년 | 73분 | 월드 시네마 OCT09 M해운대1 16:00 OCT09 M해운대2 16:00

마음에 문제가 있는 주인공은 이제 막 병원에서 퇴원한 참이다. 오랜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에게 낯설기만 하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정부의 서로 다른 걱정 속에 그는 다시 밖으로 나가 그리웠던 사람들을 만나지만 결국 의도치 않게 서로 조금씩 상처를 주고받는다.

2003년에 장편 데뷔한 이래 세계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산티아고 로사 감독의 <라파스>는 한 인물의 포착하기 힘든 복잡한 내면을 형상화하려 할 때 영화가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보여준다. 70분 동안 벌어지는 일련의 일상들을 가만히 보여주는 것만으로 고통을 겪는 남자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들여다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전부 8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영화는 작은 행위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일광욕을 하고 지인들과 안부를 묻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감독은 정적인 카메라의 움직임과 간단한 자막과 함께 이야기를 지우는 것은 물론이며, 시간 감각을 조정하고 희로애락의 감정들을 맑게 희석시킨다. 그리고 결국 주인공이 경험하고 있을 나른하고 고요한 세상의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TIP ‘La Paz’는 볼리비아의 도시 이름이자 ‘평화’란 뜻도 갖고 있다. 이 제목이 영화의 모호한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