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시현 | 한국 | 2013년 | 108분 | 한국영화의 오늘 OCT9 롯데4 13:00 OCT10 M해운대9 13:00 OCT10 M해운대TM 13:00
여기 두 여자가 있다. 승연은 아기를 갖지 못한다. 소영은 아기를 지우고 싶다. 우연히 산부인과에서 만난 두 여자는 거래를 한다. 승연은 소영에게 아기를 낳아주면 자신이 대신 키우겠다고 말한다. 소영은 승연의 돈이 필요하다. 두 여자는 소영이 아기를 낳을 때까지 산골 별장에서 동거하기로 한다. 친자매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며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차분히 해나가던 그녀들의 일상은 일련의 폭력적인 상황을 맞이하며 위기에 처한다.
<신의 선물>은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으로 <피에타> 조감독을 맡기도 했던 문시현 감독의 작품이다. 상징의 영화라는 점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향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영화에는 아름다움과 추함, 섬세함과 투박함, 선과 악처럼 서로 대비되는 상징들이 충돌하고 뒤섞여 결국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리는 순간이 존재한다. 후반부에 접어들며 이야기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정서의 폭을 급격히 확장하는 연출력이 인상적인 <신의 선물>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도무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힘없고 연약한 존재가 인생의 가장 잔혹한 순간에서 ‘신의 선물’을 맞이하는 장면이 뭉클하다. <뫼비우스>를 본 관객들이라면 승연으로 분한 이은우의 출연이 반가울 거다.
TIP 삶의 진창에서 가장 순결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아이러니. 어쩐지 김현승의 시 <눈물>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