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르 파나히, 캄보지아 파르토비 | 이란 | 2013년 | 106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9 M해운대7 17:00 OCT11 M해운대7 17:00
이란 정부로부터 20년간 영화를 만들 수 없는 형을 받고 가택 연금 중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 사랑하는 개와 함께 살아가는 어느 시나리오 작가가 주인공이다. 그는 개를 터부시하는 이란 사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검은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고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남매가 작가의 집을 방문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으니 잠시만 집에 숨겨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을 뒤쫓는 이들이 발걸음을 돌린 뒤에도 남매 중 여동생은 작가의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자전적 다큐멘터리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이후 3년만에 선보이는 자파르 파나히의 신작에는 자유로울 권리를 박탈당한 예술가의 고독과 절망의 정서가 더욱 짙게 깔려있다. 처형당해 죽어가는 TV프로그램 속 개를, 영화 속 작가의 개는 물끄러미 응시한다. 그건 예술적 처형을 당해 쇠약해져가는 예술가 자파르 파나히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닫힌 커튼>은 집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상황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결코 그 실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경계라도 있는 양, 카메라는 집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고 내부에만 머무르려 한다. <닫힌 커튼>의 주인공인 시나리오 작가에겐 외부의 폭력에 대한 저항보다 그에게 남은 무언가를 지키는 게 더 소중해 보인다. 자파르 파나히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조심스럽고 회의적인 태도가 영화에 만연해 있기에 <닫힌 커튼>은 한층 더 어두운 정서의 영화가 됐다.
하지만 현실과 허구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하고, 이란 사회에 대한 정치적 은유 또한 은밀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예술적 에너지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닫힌 커튼>의 베를린영화제 상영 당시 “이 영화를 만들며 깊은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를 사랑해왔던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보며 그가 지금 느끼고 있는 마음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분담하는 것이 그에게 보내는 응원이 될 수 있겠다.
TIP <닫힌 커튼>을 공동 연출하고, 영화 속 시나리오 작가를 연기하는 캄보지아 파르토비는 자파르 파나히의 선배인 영화감독이다. 그는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아끼는 후배를 위해 이 영화를 함께 작업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