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소년 윤수(김시후)와 소녀 해원(김윤혜)의 사랑을 그린 성장담이다.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다양한 개성을 드러낸 최진성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극영화를 평범한 로맨스물로 만들지 않았다.
-<소녀>는 로맨스와 잔혹극이 혼재된 성장담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가. 영화 속 어른들은 폭력적이다. 사소한 말에서 시작된 폭력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만나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말의 실수가 윤수와 해원에게 상처를 준다. 두사람은 어른의 세계로 가는 것을 거부하기도, 거부당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잔혹한 성장담 혹은 반(反) 성장담에 가까운 것 같다.
-구제역이라는 사회 문제를 이야기의 갈등에 깊숙이 끌어들인다. =구제역은 매년 벌어지는 현재진행형 사회문제다. 살아있는 가축을 생매장시키는 건데 이것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프와 연결된다. 왜곡된 말이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영화의 갈등 역시 생매장이다.
-소년과 소녀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 얼음 위로 새겨지는 피의 이미지, 빛과 어둠 등 여러 대비되는 상징 때문에 영화는 현실적인 소재를 그리고 있지만 판타지처럼 보인다. =영화를 연출할 때 보편적인 흥미를 느낄 수 있고 현실과 와 닿아있는 영화의 환상성을 고려하는 편이다. 정서적으로 관객에게 판타지로 다가가길 원했다.
-오랜 만에 10대 소년과 소녀가 주인공인 한국영화가 나왔다. =해원의 캐스팅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신비로운 이미지의 마스크가 필요했다. <점쟁이들>을 보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김윤혜는 무표정에서 선한 면모와 서늘한 면모를 함께 갖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김시후는 부드러우면서도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는 연민을 자아내는 이미지라 캐스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