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인 ‘일로 일로’(Ilo Ilo)는 필리핀의 지역명이다. 싱가포르 출신인 안소니 첸 감독의 집에서 8년 동안 일한 필리핀 가정부의 고향이기도 하다. “12살 때까지 필리핀에서 온 가정부와 함께 생활했다. 그분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많이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가 1997년이었다. 아시아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주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도 난다. 나의 아버지도 해고됐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데뷔작으로 만들고 싶었다.”
<일로 일로>는 싱가포르에 일하러 온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 테레사가 주인공이다. “싱가포르 인구의 80%가 중산층이다. 부모들이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외국인 가정부를 고용한다.” 영화는 테레사와 그가 일하는 집의 10살짜리 소년 지알레,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리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투신자살하는 아파트 이웃, 주식 투자로 상당한 돈을 날리는 아버지 등 1990년대 싱가포르의 풍경을 함께 담아낸다. “배경이 1990년대지만 최근 유럽경제 위기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칸영화제가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을 그에게 쥐어준 것도 그 덕분일 것이다. 황금카메라상 수상이 감독으로서 그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두 번째 영화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돈을 끌어 모으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5년 동안 런던에서 학위를 따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차기작이라고 하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