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적어도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오락’은 아니다. 중국 윈난성의 한 정신병원 3층에서 시작하는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내내 감금된 상태에서 맴돌다 끝난다. 폐허가 된 철강도시에서 중국노동자의 삶을 그린 <철서구>(2003)를 통해 단숨에 주목받는 감독의 반열에 오른 왕빙은 디지털 영화시대의 가능성을 실현시켰다. “보통사람들의 생활, 평범한 시간이 모이고 고이고 쌓인 것이 곧 진실한 역사”라는 그의 관심사는 늘 사람, 삶, 변두리에 있다. 중국노동자 사이에 끼어있으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란 농담이 나올 만큼 중국 인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뒹구는 그는 이번에도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들의 삶을 어떠한 통제나 수정도 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담아냈다. 227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은 오직 그것을 위함이다.
왕빙은 551분의 <철서구>, 840분에 이르는 <원유>(2008)처럼 유난히 긴 영화를 자주 찍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그의 작업은 우리가 역사, 혹은 이야기라는 미명 하에 한 줄로 정리해버린 문장에서 놓쳤던 수많은 진실의 순간들을 쓸어 담는다. “필름, 그리고 영화관이란 틀은 영화를 제약해왔다. 어떤 이야기일지라도 2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편집되고 만다. 내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다. (물론 극장의 상영환경이 더 좋긴 하지만.) 옳고 그름에 얽매이지 말고 당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보시라. 나 역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영화에 담고 있다.” 그렇게 왕빙의 손에 의해 디지털영화는 다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