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경 | 한국 | 2013년 | 97분 | 뉴 커런츠 OCT07 롯데5 17:00 OCT10 롯데5 20:00
여자의 나이는 40살. 남자의 나이는 19살이다. 그 반대가 아니다. 여자의 직업은 가난한 시나리오 작가, 남자의 직업은 없다. 여자의 이름은 가을, 남자의 이름은 요셉이며 둘은 사랑하는 사이고 동거한다. 이들의 사랑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가을의 아버지는 요셉에게 “네가 엄마가 필요 했구나”라고 말하여 그들의 사랑을 비하한다. 가을의 오빠는 요셉에게 “네 부모님이 우리 가을이를 구속시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으름장을 놓는다.
가을과 요셉의 사랑은 도무지 쉽지가 않다. 가을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잘 풀리지 않고 요셉은 마음만 앞설 뿐 제대로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가을은 늙어가고 요셉은 아직 어리다. 모든 상황이 최악이다. 그럼에도 <파스카>의 이 인물들은 무던해 보일 정도로 어딘지 흔들림이 없다. 그들은 조금씩 천천히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며 삶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지킨다. 힘겨운 삶이 지속되는 그때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이상한 건 그들의 사정도 그다지 변하지 않고 희망도 아직 눈에 띠게 찾아오지 않는데, 이 영화가 슬프지 않다는 사실이다. 살아라, 가을과 요셉! 이 영화가 그렇게 외치고 있어서다.
TIP <귀향>(2009)에 이은 안선경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