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차이 케르드신트, 소파완 분니미트라 | 타이 | 2013년 | 90분 | 뉴 커런츠 OCT7 중극장 14:00 OCT8 롯데3 13:00 OCT10 롯데3 20:00
이스트무스. 한국말로 ‘지협’이라 불리는 이 단어는 육지와 육지를 잇는 좁은 지형을 일컫는 말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미얀마와 타이를 잇는 국경지대에 위치한 라농으로 향하는 엄마와 딸의 로드무비다. 미얀마 출신의 가정부 ‘지’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를 좋아하고 잘 따랐던 딸 ‘옴’은 갑자기 모국어(태국어)가 아닌 버마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엄마 ‘다’는 지의 영혼이 딸에게 씌었다고 생각하고, 지의 유일한 혈육 ‘뿌’를 찾으면 그녀의 혼이 편히 이승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녀는 뿌의 자취를 찾아 라농으로 떠나지만 그 여정 끝엔 더 큰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다.
“많은 일들이 이유 없이 일어난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영화 속 대사처럼 수많은 우연과 만남, 신비로운 경험들이 엄마와 딸의 여정 속으로 들어온다. 우리를 사로잡았던 타이 뉴웨이브 감독들의 영화가 그랬듯, <이스트무스>의 매력은 줄거리와 의도적인 설정만으로는 이끌어낼 수 없는 무형의 정서적 체험에 있다. 라농의 따사로운 햇빛과 잔잔한 물결, 고향을 가진 이들보다 더 넉넉한 마음을 가진 미얀마 출신의 실향민들을 마주하게 되는 모녀의 여정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예기치 못한 치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거다.
TIP 모든 갈등과 혼란을 단숨에 봉합해버리는 마지막 장면에 주목. <이스트무스>의 두 감독은 연고 없이 타이 힌닷 묘지에 묻힌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