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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CHOICE] <향수병> Homesick

히로하라 사토루 | 일본 | 2013년 | 98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07 CGV5 14:00 OCT11 롯데7 17:00

30대 실직자 켄지는 2층 주택에 홀로 살게 된다. 부모님과는 연락이 끊겼고, 여행 중인 누나만 간간이 편지를 보내온다. 켄지의 집은 한없이 적막해, TV와 라디오 소리가 반가울 정도다. 어느 날부터 이 공간에 세 명의 고아 소년들이 뛰어들기 시작한다. 세 아이는 집 안팎을 넘나들며 그들의 놀이에 켄지를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적막했던 집은 이제 세 아이와 한 어른 아이의 놀이터가 된다. 이들은 물총 놀이를 하는가 하면, 페인트를 칠한 종이 박스를 쌓아올려 동물모형도 만든다. 유쾌한 침입자들로 인해 공간은 일시적 유토피아로 변하고, 이것이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향수병, 즉 ‘Homesick’은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지만 어떤 것에 대한 지겨움(sick)이기도 하다.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내뿜는 것은 그리움의 정서보다는 지겨움의 정서에 가까워 보인다. 러닝타임이 끝난 뒤에도 향수의 정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인트로의 비행운 이미지가 상징하듯, 영화는 그저 어떤 것이 지나가고 난 부재의 흔적을 훑어갈 뿐이다. 영화는 켄지가 한 소년에게 전하는 대사인, ‘그저 견디는 거’라는 말처럼,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는 견디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견딤의 연속 끝에 주어지는 소소한 마법의 순간이, 이상한 위안을 안긴다.

TIP 히로하라 사토루 감독은 <굿모닝 투 더 월드>에서 10대 소년 유타의 성장담을 그린 바 있다.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면, 30대 켄지가 유타의 미래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