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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창녀가 예수를 만났을 때
장영엽 2013-10-07

<화장실 블루스> 감독 디르마완 하타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더 잘 맞는 경우도 있다. 함께 여정을 떠난 <화장실 블루스>의 두 남녀도 그렇다.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여자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남자의 동행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 출신의 감독 디르마완 하타는 데뷔작인 이 영화를 통해 모든 조건을 떠나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화장실 블루스>는 욕망에 충실한 여자와 종교(천주교)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 =’렌드라’란 이름을 가진 인도네시아 시인이 있다. 그 시인의 작품 중 <스완송>이라는 시가 있는데 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창녀가 나이가 들고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창녀촌에서 쫓겨난다. 그녀는 살기 위해 신부에게도 찾아가고 의사에게도 가는데,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손바닥과 옆구리에 상처 입은 어떤 남자와 잔다는 내용이다. 주제를 말하자면 창녀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그밖에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도 나에게 영향을 줬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국가 아닌가. 천주교를 테마로 영화를 만든 이유는.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도 이슬람교의 영향력이 강력하기로 손꼽히는 무슬림 국가다. 우리나라에선 이슬람교 이외에 다른 종교를 다루는 영화가 거의 없다. 무슬림도 가톨릭에 대한 영화를 만들 수 있고,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몇몇 장면은 인도네시아에서 상영할 때 삭제될 지도 모르지만.

-‘화장실 블루스’란 제목이 독특하다. =처음엔 렌드라의 시 제목인 <스완송>을 그대로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만들어놓고 보니, 내 영화는 그 시처럼 아름답기보단 화장실스럽더라고.(웃음) 그래서 후반작업 마지막 날에 제목을 바꿨다. 아름다운 것도 좋지만, 아름답지 않은 삶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적인 스타일이 나에겐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