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란 단어에는 이미 딱딱해져 버린 화석 같은 느낌이 있다. 부산을 찾은 수많은 거장 감독들을 존경해마지 않지만 마음 한 구석 어렵고 답답한 부담감을 털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포르투갈 실험영화를 이끌고 있는 에드가 페라가 몰고 온 즐거운 바람은 거장에 대한 불편한 편견을 날려버리기 충분했다. 3D에 관한 세 거장의 대답 <3X3D> 중 <시네사피엔스>를 연출한 그는 웃음과 해학을 담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영화를 즐기고 있습니까? 혹시 품위 있게 보려고 애쓰는 동안 놓치고 있는 건 없나요? “예술의 역할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영화에는 현실 너머의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있으며 3D는 그 가능성 중 하나다.”
3D처럼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 기술은 처음이 아니다. 무성영화와 유성영화가 그랬고, 흑백과 컬러가 그랬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 새로운 연출, 새로운 문법, 말하자면 세상을 보는 방식의 변화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에드가 페라의 궁극적인 목표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서 출발한 영화가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는 경우가 있다. 허나 그건 실패가 아니다. 원래 구상했던 것과 결과물 사이의 거리, 그 과정 속에 수많은 발견과 경험이 있다. 감독은 물론 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보는 방식이 곧 생각하는 방식이다. 어떤 신기술이라도 핵심은 거기에 있다.” ‘에드가 페라’라는 이름의 모험은 계속될 것이다. 당신은 이 새로운 방식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