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 콘트롤>은 2010년 부산프로모션플랜(이하 PPP) 지원을 받은 영화다. 당시 자신의 첫 장편 극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비암바 사키아 감독은 3년 만에 뉴 커런츠 부문으로 당당히 돌아왔다. “3~4년 전 몽골 경제 사정이 좋아졌을 때 극영화를 만들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처음엔 개인적으로 대출까지 받아야 할 만큼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았는데 PPP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 비록 장편 극영화는 처음이지만 그는 작가부터 편집기사, 촬영감독,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감독까지 두루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자 직접 설립한 제작사 구루미디어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다. 몽골의 영화 산업기반은 아직 미약하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원치 않더라도 모든 부분을 직접 담당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일은 작가다. 펜과 종이만 갖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돈 걱정 안 해도 되고, 혼자 작업할 수도 있고.”
꼭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리모트 콘트롤>을 보면 그는 천생 이야기를 만드는 쪽의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유럽에 갔을 때 빌딩 사이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 창문을 맞대고 있음에도 서로를 잘 모르는 무관심에 놀랐다. 몽골에서는 몇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어도 늘 서로 이어져 있다. 그때 받은 인상을 소설로 썼고 결국 지금의 영화가 되었다.” 사람, 사회,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발견해내는 그의 첫 번째 재능. 그의 소설, 다큐멘터리, 극영화 모두에 깃든 리얼리티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