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얀테 멘도사 | 필리핀 | 2013년 | 102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06 롯데9 10:00 OCT09 M해운대1 13:00 OCT09 M해운대2 13:00
처음에 <빙의>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정도다.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두 방송국 PBS와 SBN.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서로 먼저 달려가 독점 취재하려는 두 방송국 취재진 사이의 경쟁이 뜨겁다. 사태를 임의로 연출하는 등 무책임하고 나쁜 보도 관행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나 두 방송국이 지금 서로 독점하려고 경쟁하는 취재거리가 하나 있다. 몸에 악령이 깃들어 광란하는 ‘루비’라는 여인이다. 온갖 퇴마의식을 치러보아도 그녀의 병색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여인을 취재하던 취재진들에게서 하나씩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도 SBN의 프로듀서 메릴은 환각을 겪는 동시에 임신이 아닌데도 배가 불러온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으스스하다. <빙의>는 필리핀의 사회적 병폐를 은유하려는 영화인 것도 같고 지나친 취재 경쟁으로 물든 방송계의 비도덕성을 비판하려는 영화인 것도 같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영화가 메시지를 전파하는 대신 그 으스스한 분위기 묘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악마의 아이를 갖게 된 여인, ‘2013년 필리핀 버전 <악마의 씨>’의 그 분위기가 바로 지금 필리핀의 것이라고 영화는 전하고 싶은 것 같다.
TIP 브릴얀테 멘도사 특유의 거칠고 생생한 카메라 무빙이 돋보이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