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그렇게 기억한다. <안녕?! 오케스트라>의 제안을 받은 뒤 그는 다문화가정 아이들로 꾸려진 오케스트라의 총책임자를 맡게 됐다. “음악의 치유력을 경험했다. 처음에 아이들과 소통이 힘들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악기를 꺼내 연주를 시작했다. 그때 아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지더라. 그런 게 바로 음악의 힘이 아닐까. 나 역시 어린 나이에 음악을 접했다. 할아버지가 클래식만 들으셨다. 5살 때 들은 음악의 선명한 비브라토를 지금도 기억할 정도다. 어린 나이에 음악을 접하는 것은 중요하다. 뮤지션의 근육과 뇌는 그때 형성되니까.”
이 귀한 멘토를 만난 24명의 아이들은 초보 연주자가 되어 오케스트라 무대에 올라 합주를 펼친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그들이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했던 걸 감안하면 이건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깝다. 음악 외의 큰 변화도 일어났다. “서로 나이도 다르고 배경도 다른 아이들이 모여 있어 갈등이 많았는데,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마치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그에게도 치유의 힘이 생겼다. “팔을 다쳐서 연주자로서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그런데 아이들과 영감을 주고받으며 나 스스로 극복하고성장하는 계기를 갖게 됐다”고 한다. “거대한 메시지는 없다. 나는 그저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 것이다” ‘안녕?! 오케스트라’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돈독한 관계의 약속이라고 그는 몇 번이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