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 일본 | 2013년 | 121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05 CGVS 14:00 OCT10 롯데10 16:00
이런 상상을 해보자. 당신은 한 가정을 지녔고 아이가 6살이다. 그 아이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나의 피를 받고 나를 닮아 더 사랑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다시 상상해보자. 그 아이가 실은 당신의 친자가 아니고 친자는 다른 집에 있다는 것이다. 그때 당신의 행동은 어떠한 것일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두 가족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 양쪽 집의 아이가 간호사의 잘못으로 서로 바뀌었던 것이다. 부모들은 서로 모른 채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웠는데 그 아이가 대여섯 살 쯤 되었을 때에야 사실을 알게 된다. 한쪽 집은 부유하지만 엄한 분위기 속에서 외동아들로 키우고 있고 또 한쪽 집은 좀 가난하지만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여러 형제들 중 하나로 키우고 있다. 이제 어울리지 않는 두 가정이 만나 친자 교환하기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리고 드라마 <고잉 마이 홈>에 이르기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근작들은 성찰적이되 유연하다. 소박하게 말하고 살아가는 인물들 덕택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인물들을 그렇게 보이도록 배우를 연출하는 감독의 능력이기도 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을 만진다. 감독은 자신보다 아내와 훨씬 더 친하게 어울리는 자신의 어린 딸의 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단지 나의 피를 주었다는 이유로 나는 아버지라 할 수 있는가?” 하고. 진짜 아버지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는 고민한 것이다. 그 자문이 1970년대 일본에서 있었던 실화와 결합하며 한편의 영화가 됐다. 어쩌면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인물들은 하나 같이 그걸 필연적인 삶의 정황으로 받아들인 채 동요하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삶의 사건과 관계를 온화하면서도 깊은 방식으로 길어 올려 보여주고 생각하게 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의 장점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작품이다.
TIP 2013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