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차타메티쿤은 타이의 유명한 편집기사다. 그가 감독이 되어 부산을 찾았다. 2001년 첫 단편을 내놓은 지 12년 만에 만든 장편영화를 들고서 말이다. “밀려드는 편집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세월이 훌쩍 지난 것도 몰랐다” 리는 <징후와 세기><엉클 분미> 등과 같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주요 작품도 편집했다. 아핏차퐁은 그의 데뷔작 <콘크리트 클라우드>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아핏차퐁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돈독한 인연이 다양한 꼴로 진화하는 중이다.
리는 “대조적인 두 단어로 이뤄진 제목 <콘크리트 클라우드>는 태국의 시대상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거대한 콘크리트 도시, 그 이면에는 오염된 먼지 구름이 있다. <콘크리트 클라우드>의 주인공은 12살 터울의 형제로, 그들이 학창시절을 보낸 1985년과 1997년이라는 극중의 시점 역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리듬과 비주얼의 강조점에서 그의 의도는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선택을 하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 선택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걸까?” 그의 끊이지 않는 의문을 뒤쫓다 보니 어쩌면 감독이 영화에서 표현한 그 시기들은 타이의 역사가 새롭게 다시 시작했어야 하는 그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콘크리트 클라우드>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변질된 사회를 향해 던지는 질문임을 상기한다면 가능한 추측이다. 리 차타메티쿤은 차기작으로 공상과학영화를 준비 중이다. 그는 타이의 역사를 또 다른 시공간의 축 위에서 어떻게 변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