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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자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배우 후쿠야마 마사히루

칸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포스터 속 그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일본의 톱스타다. 배우로, 싱어송라이터로, 사진가로 인정받은 완벽한 남자다. 40대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일본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그가,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중심에 서 있었다. 비유하자면 한국배우 정우성이 어느 영화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는 것과 비슷한 충격이랄까. 그러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선택은 옳았다. 이성과 규칙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는 친자식인 줄 알고 길러왔던 아들이 사실은 병원의 실수로 뒤바뀐 다른 사람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 완벽하게 짜여진 한 남자의 세계에 생긴 작은 결함. 그것이 남자의 삶을 뒤흔든다.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실패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후쿠야마 마사하루만큼 완벽주의자 아버지를 연기하는 데 어울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일본의 국민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세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아직 결혼과 육아의 경험이 없는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아버지를 연기하며 떠올렸던 건, 유년시절의 경험이었다. “어렸을 때 날 혼낼 때마다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는 우리집 아이가 아니야.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그 말이 그렇게 섭섭하고 충격적일 수가 없었다. 그런 감정과 더불어 아버지의 입장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내가 부모님께 사랑받고 자라왔는지, 부모님이 어떻게 날 키워주셨는지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아들의 마음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재구성했기에, 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이 영화는 더욱 애틋한 작품이 되었고 그가 느낀 감정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담백한 연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후쿠야마 마사하루라는 아름다운 대명사는,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