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암바 사키아 | 몽골, 독일 | 2013년 | 90분 | 뉴 커런츠 OCT04 중극장 20:00 OCT06 롯데3 13:00 OCT09 롯데3 16:00
10대인 촉은 몽골 초원에서 도시로 가출하여 아파트 옥상에 천막을 치고 생활한다. 한편 아누는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고층 아파트가 괴롭다. 높은 곳에 홀로 외로이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누를 맞은편 옥상에서 엿보던 촉은 점차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촉은 리모콘을 사서 멀리서 그녀의 삶에 개입하려 하며 맞은편 아파트들의 가전제품을 켜고 크고 돌려가며 마치 마법처럼 잠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조종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날고 싶은 소년 그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여인. 영화는 상승과 추락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날고 싶던 어린 승려 반야의 이야기를 곳곳에 삽입함으로써 근대의 물질성과 몽골 특유의 정신성을 병치시키기도 한다. 도시적 삶의 근거지로서의 아파트, 성적으로 미숙한 청년이 독신여성의 아파트를 엿본다는 관음증적 설정 등은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리모트 콘트롤>은 몰락과 파국이 아니라 각성과 초월로 나아간다. 비행기, 풍선 등 비상하는 소재들이 영화 곳곳에 배치되면서 이들은 결말에 대한 복선이 된다. 성장영화이자 세속에 깃든 초월성에 대한 각성의 영화인 <리모트 콘트롤>은 뉴 커런츠에 소개된 최초의 몽골영화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