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고를로프 | 카자흐스탄 | 2013년 | 75분 | 뉴 커런츠 OCT4 중극장 14:00 OCT6 롯데3 10:00 OCT8 롯데3 19:00
‘원 신 원 테이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 어느 날 갑자기 요양원에서 가족들의 부름을 받고 집으로 오게 된 늙은 여인의 이야기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는 휠체어에 태워진 채 집 안 이곳저곳으로 불려 다니며 수모를 겪는다. 게다가 여인을 집으로 호출한 아들 내외에게는 뭔가 다른 꿍꿍이도 있어 보인다. 방에서 방으로, 집 안에서 정원으로 등장인물들의 뒤를 바쁘게 쫓는 카메라는 ‘이벤트’를 앞둔 가족들의 조바심과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에 사로잡히는 늙은 여인의 모습을 함께 담는다. 가족들이 그녀에게 감추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전모를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공개하며 영화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말하지도 못하고, 인형처럼 굳은 모습의 늙은 여인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말하자면 반신불수인 늙은 여인을 연기하는 여배우 레아 넬스카야에게 허락된 건 오직 눈의 미세한 움직임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장면마다 가족들에게 상처 입은 여인의 배신감과 회한, 무상함을 오직 시선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전달해내는 그녀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다소 감성 과잉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으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감독의 연출력만큼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TIP 늙은 여인을 연기한 주연배우 레아 넬스카야는 이 작품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늙은 여인의 이야기>가 그녀의 유작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