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니스 사카리디스 | 그리스 | 2013년 | 88분 | 플래시 포워드 OCT04 롯데4 16:00 OCT CGV6 11:00
퇴직한 통신기술자 디미트리는 우연히 한 여성의 전화통화를 도청하게 된다. 그녀는 바다와 인접한 아파트에서 홀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 머리카락을 모자로 가리고 매일같이 낚시를 하러 나선다. 그녀의 유일한 통화 상대는 딸이다. 그녀는 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곡을 연주해달라고 부탁하고, 이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디미트리는 도청의 비밀을 캐내는 동시에 그녀의 반복된 일상을 몰래 듣고, 관찰한다.
도청이라는 소재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함은 도청을 둘러싼 인물들의 평범함이다. 도청자 디미트리는 도청 대상에 매혹당하지만, 그는 우연한 도청자일 뿐이고, 도청 대상은 감찰 대상이 될 만한 어떠한 혐의도 없는 인물이다. 디미트리와 여성의 관계에서는 로맨스보다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더 깊게 묻어난다. 물속에 발을 숨기고 있는 물오리는 도청에 대한 은유인 동시에, 선량한 의도와 불법적인 행동 사이에서 갈등하는 디미트리의 심리를 반영하는 듯 보인다. 여자가 좋아한 음악이기도 한 테마곡은 영화 속에서 몇번이고 반복된다. 피아노 선율은 뿌연 잿빛의 풍광과 어우러져 영화 속 음울함의 무드를 강화시킨다. 아름답고 쓸쓸하다.
TIP 야니스 감독의 장편데뷔 예정작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제작비 관련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대신 지인과 출연배우들을 다시 불러 단숨에 찍은 이 작품이 그의 데뷔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