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포 알릭스 주니어 | 필리핀 | 2013년 | 110분 | 아시아 영화의 창 OCT04 롯데9 16:00 OCT06 롯데2 19:00 OCT11 롯데10 13:00
1942년 4월9일. 필리핀 바탕 지역에서 벌어진 석달 간의 치열한 전투가 끝나자 일본군은 6만명의 필리핀군과 1만5천명의 미군을 포로로 잡고 기나긴 행군의 길을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2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사망의 이유는 가지가지였다. 굶주리다 못해 혹은 포탄에 맞아 혹은 명령 불복종이라는 이유로 목이 잘려서 그들은 죽어갔다. 끔찍하고 잔혹한 전쟁의 참상. 누군가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고자 마음먹는다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하게 될까. 엄청난 물량과 인원이 필요하진 않을까. 그래야 정말 사실처럼 실감나는 재현이 가능할 것 아닌가. 그런데 <트럭 밑의 삶>(2010), <아스다-물고기 이야기>(2011) 등을 연출하며 필리핀영화의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는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는 반대로 생각한 것 같다.
영화는 시종일관 연극적 무대 위에서 벌어진다. 필리핀의 그 열대림은 뒤편에 세워둔 배경 그림으로 간단하게 대체된다. 하지만 연극적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영화적 연기를 감행하고 이 둘 사이의 이질성이 묘한 긴장을 준다. 가상으로 실제를 불러내려는 시도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혹은 영화 빨리 찍기로 이미 얼마간의 명성을 얻은 감독의 재치일수도.
TIP 영화 보는 내내 궁금해지는 사소한(?) 점 한 가지.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