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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CHOICE] <도모구이> Backwater

아오야마 신지 | 일본 | 2013년 | 102분 | 아시아 영화의 창 OCT04 하늘연 10:00 OCT08 중극장 14:00 OCT10 소향 11:00

아오야마 신지의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아직도 화해불가다. 화해는커녕 아버지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 <도모구이>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17살이었다. 1988년이었다”라는 주인공 토마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렇게 주인공의 목소리를 따라 과거로 들어가면 거기에 아담하고 조용한 일본의 한 마을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런 마을. 그리고 십대 소년 토마와 그의 아버지도 있다. 이제부터 아버지의 말년 혹은 파란만장한 그들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아오야마 신지의 영화에서 종종 그러한 것처럼, 문제는 아버지다. 이번엔 색광이다. 토마의 아버지는 상대를 섹스 중독자인데다 심지어는 섹스를 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가학 성애자다. 토마는 그런 아버지의 피가 자신에게도 흐르고 있을까 두렵다. 토마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 역시 그녀와 섹스를 하는 도중 폭력 욕망을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토마를 낳아준 어머니도 지척에 살고 있지만 그녀는 좀 무심하고, 아버지는 지금도 집으로 데려온 젊은 여자를 상대로 섹스와 폭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토마도 아버지의 그녀에게 묘한 매혹을 느낀다. 종국에 이르러 이 이상한 가족 구성원의 관계가 서로 얽히며 파국이 찾아오고야 만다.

아오야마 신지 영화의 감동은 가족의 갈등을 다루거나 그 갈등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유사가족이 형성되곤 할 때 강력해진다. 가족들이 해체되거나 새로 결집하는 그 과정이 바로 감동의 근원지인 셈이다. 그 모든 일은 엄연히 현실적인 영역 안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오야마 신지는 신화적인 것과 장르적인 것의 영역까지 섭렵하며 깊고 넓은 통찰력을 발휘하곤 한다. 그것이 그의 영화 세계의 매력 중 하나이며, <도모구이>에서도 그 매력은 여전하다. 영화 내내 팽팽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 기이한 혈맹과 대립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음산한 관계들이 이 영화를 음침하면서도 생생한 무엇으로 만들고 있다.

TIP <도모구이>라는 제목의 뜻은, '서로 잡아먹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