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 뿌듯하다.” 와이드 앵글 부문을 맡은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올해의 소회를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난해까지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이하 AFA)를 담당했던 조 프로그래머는 올해 작품을 선정해놓고 보니 AFA 출신 감독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선정이 힘들었다. 지난해까진 아시아영화펀드 작품은 의례 가져올 수 있었는데 올해는 유럽 등 다른 영화제에도 많이 초청되었다. 아시아 감독들이 우리만 기다리는 건 아니구나 싶어 기쁜 한편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 프로그래머의 작품 선정 기준은 단순 명확하다. 일단 재미있을 것. “졸린 영화는 딱 질색이다. 오랜 시간 영화 보는 훈련을 받은 나조차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문제가 있는 거다.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야 관심의 대상이 된다.” 새로운 형식이나 접근 방식이 발견되면 더욱 좋다. “월드 쇼케이스의 경우 5편 선정에 대략 500편 정도가 출품된다. 잘 만들어도 식상하다면 아무래도 손이 덜 간다. 영화적인 형식에 어울리는 다큐멘터리를 우선적으로 고른다.” 영화제 영화는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이 있지만 ‘쉽고’ ‘새로운’ 영화를 원하는 그녀의 까다로운 입맛을 통과한 영화들이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할 리 없어 보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일이 줄어 여유 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AFA 출신 스탭이 참여한 영화라면 다른 부문에 출품된 영화들에까지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쉴 틈 따윈 없어 보인다.